한국기업거버넌스 포럼은 22일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사회 재의결을 통한 자진 철회 ▲주주총회에서 특별이해관계자 의결권 불행사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엄격 심사·정정 요청 촉구를 제안했다.
◇ 두산그룹,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면서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강화
이날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약탈적 자본거래'로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두산그룹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면서 지배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매출로 보아 약 183배 차이가 나지만 두산로보틱스의 기업가치를 과도하게 고평가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두산그룹은 ▲두산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고 두산밥캣에 대한 실질지배력은 13.8% 수준이다.
그러나 합병이 진행되면 두산의 합병회사에 대한 지분율은 42%로 상승하게 된다.
또한 그는 “상장된 지 1년 미만인 고평가 논란 회사와의 합병은 반드시 재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천 부회장은 금감원이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로보틱스의 실적 대비 주가 고평가 상태와 향후 변동 가능성 위험 등을 상세히 기재해야 한다고 밝혔다.
천 부회장은 또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고 주장하며 직전 한 달 동안의 시가 외 다른 방식의 합병가액 산출을 허용하지 않는 현 법령은 건전한 감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광중 변호사는 "이사 의무에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고려하도록 상법이 개정됐다면 이러한 일이 벌어질 수 없었을 것"이라며 상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 다른 기업 집단에도 악영향 우려
이번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다른 기업 집단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테톤 캐피탈 파트너스(Teton Capital Partners)의 션 브라운 이사는 두산그룹 사업구조 개편을 '날강도'에 비유하며 “보유 주식 대부분이 희석될 상황이라 저희 펀드는 공시를 본 직후 거의 모든 지분을 매도했다”며 "두산의 행위에 배신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브라운 이사는 밥캣과 로보틱스 간 합병비율 계산 결과 적정 비율은 96 대 4여야 하지만 실제로는 49 대 51이었다며 자사가 보유한 밥캣 주식이 '휴지 조각'이 됐다고 비판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자본시장법과 상법 개정을 통해 시가총액 대신 공정가치로 기업 가치를 산정하고 ‘이사회 충실 의무’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제안했다.
두산그룹의 사업 구조 개편안은 내년 상반기에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당분간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국회 정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시장 우려를 알고 있으며 제도적 개선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두산 밥캣방지법’을 발의하며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하려 하고 있다.
김의원은 "금감원이 주요 사항 거짓 기재 여부를 심사하게 돼 있다"며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이 손해를 입게 되는 편법적 합병 방식으로 진행될 경우 이는 중대한 하자"라고 강조했다.
9월 25일 예정된 주주총회에서는 분할·합병과 포괄적 주식 교환 안건에 대한 특별 결의를 통과시키기 위해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 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은 2024년 7월 11일 이사회를 통해 주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결정은 두산에너빌리티와 로보틱스 간 인적분할 및 합병, 그리고 로보틱스와 밥캣 간 포괄적인 주식교환을 포함하고 있다.
분할 신설 법인과 로보틱스가 합병하면서 밥캣은 로보틱스의 자회사가 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진행될 예정인 로보틱스와 밥캣 간 포괄적인 주식교환을 통해 로보틱스는 밥캣의 지분 100%를 소유한 완전모회사로 전환되며 동시에 밥캣은 비상장법인으로 전환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