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주주 환원 정책과 지배구조,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지표를 종합적으로 공개하고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목표와 계획을 공시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기업의 공시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투자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상장 기업들은 '강제성'이 사라진 밸류업 프로그램에 안도하는 한편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당국이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이란 지적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일 공개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에 따르면 상장기업은 개별특성에 맞춰 자율적으로 공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공시는 ▲기업개요 ▲현황진단 ▲목표설정 ▲계획수립 ▲이행 평가 ▲소통 등 목차로 구성된다. 특히 재무제표에는 PBR, 주가수익비율(PER), 자기자본이익률(ROE) 등을 비롯해 배당, 자사주 소각 총주주수익률(TSR) 등 지표가 반영된다. 비재무지표에는 기업의 지배구조와 이사회의 책임성·감사 독립성을 위한 요소 등의 내용이 담긴다.
기업은 계획 수립 단계에서 사업 부문별 투자, 연구개발(R&D) 확대,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 자사주 소각 및 배당 등 주주 환원 정책의 청사진과 비효율적인 자산 처분 등의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개인 투자자들의 의견을 얼마나 의견수렴 할지 등 소통 관련 내용도 포함된다.
금융당국은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에 기업의 자율성을 강조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가이드라인은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자율에 기반한 인센티브를 강조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자율'에 방점을 찍은 밸류업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다. '당근'이나 '채찍' 없이는 말 뿐인 대책에 그칠 것이란 우려다.
앞으로 거래소는 상장기업에 허위 공시 등에 따른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적용한다. 하지만 단순히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하지 않는다. 거래소 공시 규정에 따라 기업이 예측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면책 관련 공시문구를 명시하면 불성실 공시에서 예외 적용하기 때문이다.
상장기업이 가치 제고계획을 중간에 수정, 보완할 수도 있다. 기존에 공시한 사항 중 잘못 기재한 내용이 있거나, 사업·경영 계획상의 중대한 변경이 발생하는 이유로 기업이 수정·보완을 하려는 경우 변경 이유 및 변경 사항을 정정공시로 기재하면 된다.
기업 자율성에 방점을 찍다 보니 밸류업을 강제할 방안이 없는 점도 개인투자자들의 우려 사항 중 하나다. 금융위에 따르면 일본은 작년 3월부터 자율성에 기반해 공시를 유도했고 이 결과 밸류업 공시를 한 상장사가 26%(작년 말 기준)에 그쳤다. 세제 지원 등 인센티브는 세법 개정 사항으로 반영될지 여부는 국회 논의 결과에 달려 있다.
주식시장에선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의 수혜주로 꼽히는 금융주들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김대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기업 참여를 위한) 세제 혜택의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발표되지 않았고 여전히 자율성에 맡기고 있다는 점에서 실망감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와 거래소는 최종 의견수렴을 거쳐 이달 중 거래소 공시 규정 시행세칙 개정을 통해 가이드라인을 확정하고, 이후 준비가 되는 기업부터 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KIND)을 통해 공시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축사에서 "기업 밸류업은 긴 호흡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이며,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은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정부와 유관기관은 밸류업 세제 지원방안 마련·발표, 코리아 밸류업 지수 개발, 연계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우수기업 표창 등 과제들을 차질 없이 추진하며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