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1시20분 8.50원(0.61%) 내린 1385원에 거래됐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1400원까지 올랐다. 장중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한 것은 2022년 11월 7일 이후 1년 5개월 만에 최고 기록이다. 당시 고가는 1413.5원, 종가는 1401.2원이다.
앞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은 것은 ▲1997~1998년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의 광폭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졌던 2022년 하반기 정도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예상 시점이 연기되고 이스라엘과 이란의 물리적 충돌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이 환율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13일 이란은 자국내 영사관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 본토에 무인기와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국제 사회가 갈등 중재를 위해 노력 중이지만, 이스라엘이 강경 대응을 할 경우 확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외환당국은 원화가치가 달러당 1400원선을 돌파하자 구두개입으로 환율 방어에 나섰다. 기획재정부·한국은행은 이날 기자단에 긴급 공지를 통해 "외환당국은 환율 움직임, 외환 수급 등에 대해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나친 외환시장 쏠림 현상은 우리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창용 총재도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과도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 총재는 16일(현지 시각)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방문한 미국 워싱턴 D.C.에서 가진 C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을 묻는 질문에 "달러화 강세와 지정학적 요인이 더해졌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또 주변국 상황도 원화 약세 요인으로 지목했다.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가 약세를 나타내면서 이들 통화의 '프록시(Proxy·대리) 통화'인 원화도 동조해 약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환율 안정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필요하면 시장안정화조치를 할 여력과 방법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