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스탁데일리=안호현 전문기자]
삼천리 주요 주주 구성. 자료=금융감독원. 그래픽=인포스탁데일리
지난해 라덕연 전 호안투자컨설팅 대표발 주가 조작으로 얼룩진 삼천리의 후계 구도는 어떻게 될까. 오너 2세이자 그룹을 이끄는 이만득 명예회장의 후계자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후계 작업과 맞물려 창업 때부터 이어져온 에스티(ST)인터내셔널(옛 삼탄)과의 협업 구도에도 변화가 생길지 이목이 모아진다.
삼천리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천리의 최대주주는 지분 8.34%를 보유한 이만득 명예회장이다. 다만 실제 지분을 가장 많은 보유한 개인은 이 명예회장의 조카인 이은백 사장이다. 삼천리의 미주 총괄 대표를 맡고 있는 이 사장의 지분율은 9.18%다. 지분율은 이 사장이 더 높지만 그룹 경영에 미치는 영향력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 명예회장이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이은백 사장은 이만득 명예회장의 형인 이천득 전(前) 삼천리 부사장의 아들이다. 이 전 부사장은 1987년 30대의 젊은 나이에 별세했다. 이 명예회장과 이 전 부사장의 부친은 그룹 창업주인 이장균 삼천리 선대 명예회장이다.
이만득 명예회장의 슬하에는 3명의 딸이 있다. 세 딸 모두 삼천리 지분 0.67%씩을 들고 있다. 이 가운데 막내인 이은선 전무는 삼천리의 전략총괄 전략부문장을 맡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은백 사장과 이은선 전무로의 승계에 주목하고 있다. 회사에 몸담으며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만큼 두 사람 중심으로 오너 3세 체제가 재편될 거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천리는 LG그룹과 유사하게 유교적인 분위기가 자리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며 “그러한 가풍이 오래도록 잡음 없이 그룹이 이어져 온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기조에 비춰봤을 때, 장자 승계 원칙이 핵심일 것으로 보이나, 이만득 명예회장의 슬하에 아들이 없는 탓에 이은백 사장이 주목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이은백 사장이 해외 사업 전반을 이끌고, 이은선 전무가 국내 부문을 진뒤지휘하는 방향이지 않겠나”라며 “두 사람 사이의 역할 배분이 승계의 핵심이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승계와 더불어 ST인터내셔널과의 관계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삼천리는 이장균 고 삼천리 명예회장과 유성연 고(故) ST인터내셔널 명예회장이 창업했다. 현재는 이 씨가 삼천리를, 유 씨가 ST인터내셔널을 이끄는 식이다. 다만 지분을 균등하게 갖고 주요 의사결정 또한 함께 논의하는 다소 독특한 방식이다.
실제 유상덕 ST인터내셔널코퍼레이션 회장의 아들인 유용욱 실장이 삼천리 지분 9.18%를 보유하고 있다. 또 다른 오너 3세인 이은백 사장과 지분율이 같다.
다만 오너 3세 체제가 들어서면서 점차 ST인터내셔널과의 연대도 다소 약화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T인터내셔널코퍼레이션 및 관계 기업은 실질적으로 삼천리 계열과 분리된 걸로 판단한다”며 “ST인터내셔널 측 인사가 삼천리 지분을 보유하는 건 이어지겠지만, 그룹의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등의 방식에는 다소 변화가 있을 수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기업들이 세대를 거듭하며 독자적인 경영을 해나간다”며 “지분율 보유는 우호 세력 정도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대학교 김대종 경영학부 교수는 "도시가스 사업에서 지역독점적 시장 지위와 원가보전형 수익구조를 보이는 삼천리의 지배주주인 이만득 명예회장측과 유상덕 회장측 자녀 모두 외국국적을 보유한점 역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언급했다. 삼천리 2023년 사업보고서(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은선 전무는 'Yi Eun Sun'으로, ST인터내셔널코퍼레이션 유용욱 실장은 'Yoo Robert Yong Wook'으로 표기되어 있다.
안호현 전문기자 vicahh@infostoc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