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5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허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전날 오후 3시부터 진행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허 회장은 혐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허 회장은 2019년 7월부터 2022년 7월까지 SPC그룹 자회사인 PB파트너즈의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에게 인사 불이익을 주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PB파트너즈는 파리바게뜨 제빵기사의 채용 등을 담당하는 업체다.
검찰은 SPC가 사측에 친화적인 한국노총 식품노련 PB파트너즈 노조의 조합원 확보를 지원하고 해당 노조위원장에게 사측 입장에 부합하는 인터뷰를 하거나 성명을 발표하게 한 것으로 본다.
검찰은 이런 부당노동행위의 정점에 허 회장이 있다고 봤다. 먼저 구속기소한 황 대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허 회장의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허 회장이 여러 차례 소환에 불응하자 지난 2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로 조사했다. 이어 증거 인멸, 도주 우려 등이 있다고 보고 지난 3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허 회장 측은 검찰이 무리한 강제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SPC그룹은 허 회장의 체포 다음날인 지난 3일과 구속 영장이 발부된 지난 4일 입장문을 내고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조사가 중단되었을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려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SPC 측은 "병원에 입원 중인 고령의 환자에 대하여 무리하게 체포영장을 집행하고 피의자에게 충분한 진술의 기회와 방어권도 보장하지 않은 채 구속영장까지 청구할 정도로 이 사건에서 허 회장의 혐의가 명백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사장 이어 회장까지 구속… '경영진 공백'
특히 글로벌 사업 직격타가 예상된다. 허 회장은 2030년까지 연매출 20조원, 전 세계 매장 1만2000개를 목표로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었다. 허 회장이 검찰의 출석 요구에 일정 조정을 요청한 이유도 해외 사업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파리바게뜨는 싱가포르 20호점인 '스퀘어2점'을 개점하는 등 매장을 확대 중이다. 싱가포르를 동남아 시장의 거점으로 삼고 파리바게뜨와 쉐이크쉑 등의 매장들을 플래그십으로 운영하며 주변 국가로 진출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허 회장은 특히 파리바게뜨의 유럽 시장 진출에 공을 들였다. 그는 지난달 24일 한국을 찾은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 파스쿠찌 CEO(최고경영자)이자 창업주 3세인 마리오 파스쿠찌를 만나 파리바게뜨의 현지 진출을 논의하기도 했다.
SPC그룹은 2004년 중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며 꾸준히 사업을 확대해 왔다. 현재까지 미국, 프랑스, 영국, 캐나다, 싱가포르,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10개국에 진출해 56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사업 차질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SPC는 국내 대표 가맹사업 브랜드로 국내에만 6600여점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2023년 말 기준 파리바게뜨 3200여개, 배스킨라빈스 1800여개, 던킨 700여개, 파스쿠찌 500여개 등이다. 가맹점이 대부분이며 내수 경기가 침체한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의 타격도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