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스탁데일리=윤서연 기자]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경. 사진=한국거래소
금융당국이 IPO 제도 개선 나선 가운데 그 내용에 관심이 집중된다. 본질적 기업가치 산정이 핵심인 IPO에 있어 제도가 어느 정도 실효성을 가질지 의구심을 표하는 시선이 적잖다. 주관사의 책임을 더욱 강화하는 수준에 그칠 거라는 의견이 나온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 IPO 주관 업무 혁신 작업반(TF)를 발족하고, IPO 제도 개선을 논의하고 있다. TF는 기업가치 산출과 수요예측 등 IPO 제도 전반의 개선안을 올 2분기 내놓을 걸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행보는 지난해 IPO한 반도체 기업 파두와 관련된다. 지난해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증시 입성한 파두는 상당한 ‘어닝 쇼크’를 맞았고, 이는 부실 상장 논란으로 직결됐다.
IPO 때 파두가 제시한 2023년 추정 연매출은 1202억원이다. 이는 전년 매출액(564억원) 대비 두 배를 웃돈다. 하지만 파두의 지난해 매출은 약 225억원이다. 파두 측의 전망치 대비 1/6 수준이다. 지난해 2분기 59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고밸류 꼬리표가 붙기 시작하더니, 그 불안감이 현실화된 셈이다. 충격적인 실적 탓에 주가는 공모가(3만1000원) 대비 반토막 났다. 자연스레 주주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이 IPO 제도 개선에 나섰다. 주관사별로 기업가치 산정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는 걸로 전해졌다. 파두 탓에 고밸류 논란이 심화된 만큼 적정 기업가치 산출이 개선안의 핵심이 될 거라는 게 증권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제도 개선은 소액주주 보호가 가장 큰 명분이고, 그 기반에는 적정 주가 산출이 담겨 있다”며 “결국 IPO에 나서는 기업과 그 주관사가 적정한 기업가치를 시장에 제시해야 하며, 이에 실패할 때 책임을 물을 거라는 게 금융당국의 스탠스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개선안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기업가치가 핵심인 IPO에 있어 제도의 역할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파두 사태는 대단히 일반적이지 않은 사태로, 금융당국이 파두 건에 지나치게 함몰되어 개선안을 내놓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며 “이미 기업가치 산출 기법은 정착되어 있으며, 소액 주주들의 이해도 또한 높아진 만큼 크게 개선할 부분이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은 부실한 IPO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데 집중할 걸로 보인다”며 “앞서 발표된 IPO 제도 개선안들처럼 회사·주관사의 부담만 높아지는 방향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11월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방안 시행을 위한 코스닥시장 상장 규정 및 시행세칙 개정을 예고한 바 있다. △주관사에 대한 풋백옵션(환매청구권-공모주 청약으로 배정받은 주식의 가격이 상장 후 일정 기간 동안 공모가의 90% 이하로 하락할 시 주관사에 이를 되팔 수 있는 권리) 강화 △주관사의 보호예수기간 연장(3개월→6개월) 등이 핵심이다.
풋백옵션 경우, 이를 부여할 조건이 추가됐다. 상장 후 2년 이내 관리·투자 환기 종목 지정, 상장 폐지 사유 발생 등 때도 풋백옵션이 적용된다. 부실한 기업을 IPO하는 데 따른 주관사의 책임을 높인 조치다.
다만 기업가치와 주가 사이의 괴리 이슈가 번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적합하게 산출한 기업가치와 주가 사이의 차이는 여러 가지 이유로 클 수 있다”며 “본질적인 기업가치가 우수해도 주가가 이에 미치지 못한다면, 결국 주관사의 부담만 높아지는 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주관사라면 마땅히 우수한 기업을 발굴하고 IPO로 이끄는 게 맞다”면서도 “주주 보호라는 명목으로 주관사에 부담을 높인다면 IB 부문이 위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서연 기자 yoonsy0528@infostoc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