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증시가 무서운 기세로 상승장을 이어가고 있다. 닛케이225 평균주가(이하 닛케이지수)는 34년 전 버블 경제 시기에 기록한 역대 최고치를 넘어섰고 4만 선 고지를 눈 앞에 뒀다.
23일 도쿄증권거래소에서 닛케이지수는 전날 2.19% 오른 3만9098.68로 장을 마감했다. 닛케이지수는 앞서 버블 경제 시절인 1989년 12월29일에 종가 3만8915, 장중 3만895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최고치 기록을 바꾸기까지 34년2개월이 걸렸다.
일본 증시에 상장된 반도체 및 인공지능(AI) 관련주가 급등했다. 도쿄일렉트론은 5.94%,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는 4.90%, 소프트뱅크 그룹은 5.09% 전일 대비 각각 상승했다.
닛케이지수는 올 들어 이미 16%가량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 S&P500지수가 약 5% 상승, 코스피지수가 0.07%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나홀로 독주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엔비디아의 실적 호조세에 힘입어 반도체 관련주에 매수 주문이 유입된 데다 수출 관련주도 엔화 약세의 지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금융완화 정책에 엔화 약세… "닛케이지수 전망 4만"
일본 증시가 상승하는 배경은 중앙은행의 잇따른 금융완화 정책이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16일 중의원 회의에서 "마이너스 금리 해제 후에도 완화적인 금융환경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부총재도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하더라도 점점 금리 인상을 해나가는 경로는 생각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일본은행 간부들의 발언 이후 엔화가 약세를 보이며 주가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분야 수요 증가에 도쿄일렉트론과 소프트뱅크, 어드밴테스트 등 반도체 기업의 주가 상승세도 이어진다.
일본 반도체 장비협회는 올해 반도체 장비 판매액이 총 4조348억엔(약 36조347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년 대비 27% 증가한 수치다. 일본 반도체 대표 기업 도쿄일렉트론은 올 들어 44.4% 상승했다.
기업 실적이 좋아지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매수도 이어졌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1월 일본 주식을 2조693억엔(18조4312억원) 순매수했는데 월간 기준1982년 이후 7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일본 금융당국의 주주친화 정책 유도와 비과세제도 변화에 따른 소액 투자 활성화도 지수를 밀어올린다. 도쿄·오사카증권거래소를 운영하는 일본거래소그룹(JPX)은 지난해 3300여개 상장사에 공문을 보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를 밑도는 경우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구체 방안을 공시하고 실행해 달라"고 요구했다.
기업이 이익을 쌓아놓지 말고 적극적으로 주주환원에 나서라는 메시지다. 이후 일본의 PBR 1배 미만 기업 비중은 51%에서 지난해 말 44%로 내렸고 닛케이지수는 지난 한 해에만 28.24% 올랐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 연말 닛케이지수 전망치를 4만으로 종전보다 5%가량 올려 제시했다. 다이와증권은 올해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추가 상승동력이 있다며 닛케이지수 전망치를 지난번 예측 때보다 3400 높인 4만3000으로 올려 잡았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은행과 보험의 기업가치 개선 방안을 살펴보면 낮은 PBR의 원인을 자본비용 대비 낮은 자본 수익성에서 찾고 수익성 개선과 자본비용 절감 방안을 제시하는 모습이 나타났다"며 "도쿄증권거래소의 기업가치 개선 방안에 금융사들이 적극 참여하면서 주가가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