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위기에 빠진 IBM이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 확대를 위해 107년 회사 역사상 최대 베팅을 했다. 클라우드 사업에 중요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회사인 레드햇을 340억달러(약 38조8000억원) 수준에 인수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 기술기업 사상 세 번째로 큰 인수합병(M&A) 거래다.
IBM의 ‘통 큰’ 베팅으로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기술 기업의 격전장인 클라우드 시장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매출 감소한 IBM의 통 큰 베팅
IBM은 28일(현지시간)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업계의 절대 강자로 평가돼온 레드햇을 주당 190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주가(116.68달러)에 63% 프리미엄을 얹어준 것이다. 부채를 더한 인수 총액은 340억달러로, 미국 기술기업 M&A 역사상 세 번째로 크다.
IBM은 보유현금 147억달러(3분기 말)에 빚까지 조달해 인수자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M&A는 내년 하반기 마무리된다.
IBM이 모든 자금을 끌어모아 레드햇을 인수한 건 그만큼 상황이 절박해서다. 2011년 지니 로메티 최고경영자(CEO) 취임 이후 사업모델을 하드웨어에서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왓슨 등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꿔온 IBM은 지속적으로 매출 감소를 겪어왔다. 2011년 1069억달러이던 매출은 작년 791억달러에 그쳤다.
그러다 작년 4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3분기 연속 매출이 증가해 6년 만에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 16일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매출은 다시 감소세(전년 동기 대비 -2.1%)로 돌아섰다. 특히 집중 육성하던 클라우드 플랫폼 및 기술 서비스 사업 매출은 2%, 왓슨 등 인지솔루션 사업에선 6%나 급감했다. 주가는 올 들어 19% 떨어졌다.
로메티 CEO 사퇴설까지 나왔다. 로메티 CEO는 이날 인수 발표 뒤 “아직 젊으며 어디에도 가지 않을 것”이라고 사퇴설을 부인했다.
○클라우드 없이는 성장 불가능
IBM과 클라우드 시장에서 경쟁해온 아마존, MS, 알파벳(구글 지주회사)은 지난 3분기 모두 뛰어난 실적을 내놨다. MS의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9% 증가했다. 인텔리전트 클라우드 매출은 790억달러로 17% 늘었고, 이 중 클라우드 플랫폼인 애저(Azure) 성장률은 93%에 달했다. 그 덕분에 MS는 실적 발표 후 아마존을 제치고 시가총액 2위로 복귀했다. 클라우드 시장을 잡는 게 기술기업 성장의 관건인 셈이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사업부인 아마존웹서비스(AWS)의 3분기 매출도 46% 늘어난 67억달러를 기록했다. AWS의 영업이익은 77% 증가한 21억달러에 달해 아마존 전체 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구글도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을 높이며 업계 3위인 IBM (NYSE:IBM) 뒤를 1~2% 포인트 차로 추격하고 있다. 하지만 IBM의 점유율은 몇 분기째 8% 수준에서 정체 상태다.
○클라우드 새 조류를 잡아라
클라우드 시장에선 최근 하이브리드 클라우드가 대세다. 기업들이 대부분 정보는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의 퍼블릭 서버에 저장하되 일부는 자체 서버 및 클라우드 회사의 프라이빗 서버에 보관하는 방식이다.
로메티 CEO는 클라우드 시장이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여러 곳의 클라우드 회사와 거래할 뿐만 아니라 그 플랫폼에서 세일스포스(고객관리 소프트웨어), 워크데이(인사관리 소프트웨어) 등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대거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레드햇은 이런 서로 다른 클라우드 플랫폼과 응용프로그램을 쉽게 연결해주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에 앞서 있다. 로메티 CEO는 “레드햇 인수는 게임체인저”라며 “클라우드 시장의 모든 것을 바꿔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MS는 지난 6월 오픈소스 개발자 커뮤니티인 기트허브를 75억달러에 인수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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