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2.9%에 그쳤지만 소득주도성장을 포기한 건 아니다”며 근로장려금(EITC)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이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EITC는 소득이 적은 근로자에게 정부가 현금을 주는 제도다. ‘일하는 사람’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무분별한 복지 확대를 경계하는 쪽에서도 ‘생산적 복지’라는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올해부터 EITC 지급 대상을 두 배로, 총 지급액을 네 배로 늘려 “퍼주기 복지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와중에 청와대가 EITC 추가 확대를 예고하면서 “세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재정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혜택 늘린지 1년도 안 됐는데…
지난 14일 청와대 관계자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 무산된 것을 사과하며 “EITC 확대 등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내용이 이달 말 내놓을 세법 개정안에 담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ITC는 일정 소득 이하의 근로 소득자를 대상으로 소득에 비례한 세액공제액이 소득세액보다 많은 경우 그 차액을 환급해주는 제도다. 세금 환급 형태를 띠고 있지만 세금을 내지 않은 사람도 받을 수 있어 사실상 현금 지급 복지다.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일환으로 올해부터 EITC 지급 대상과 지급액을 늘렸다. 작년까지 맞벌이는 연소득이 2500만원 미만, 외벌이는 2100만원 미만이어야 혜택을 봤는데 올해부터는 각각 3600만원 미만, 3000만원 미만이어도 받는다. 최대 지급액 역시 맞벌이는 연 25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외벌이는 연 200만원에서 260만원으로 늘었다.
작년까지는 가구당 재산이 1억4000만원 이상이면 소득이 적어도 EITC를 받을 수 없었는데, 올해부터는 2억원 미만이면 된다.
이를 두고 EITC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쪽에서도 “재산이 2억원 가까이 있고 연소득이 3000만원 조금 안 되는 사람까지 정부가 현금을 지원하는 게 맞느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EITC 총 지급액은 작년 1조3000억원에서 올해 4조9000억원으로 네 배 가까이 불어났다.
○세수 줄어드는데 부담 가중
청와대는 세법 개정안에 EITC를 추가 확대하는 내용을 담겠다고 했으나 정부와 사전에 상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5일 “올해부터 EITC 지급 대상과 금액을 늘렸기 때문에 더 확대할 여력이 없다”며 “세수가 작년보다 줄어들고 있어 정부 입장에서는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올 들어 5월까지 국세수입은 총 139조5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조2000억원 감소했다. 누적 국세수입은 지난 2월부터 4개월 연속 감소 중이다. 정부가 1년 동안 걷으려 한 세금 목표액 중 실제로 걷힌 세금 비율을 보여주는 세수진도율은 올해 1~5월 47.3%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5.1%포인트 하락했다.
세금 감면 형태를 띤 EITC를 확대하면 세수는 줄어든다. 기재부는 올해 국세감면액을 역대 최대인 47조40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올해부터 대폭 늘어난 EITC가 감면액이 증가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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