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획은 총 3건의 기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① 원화 전자거래 시발점 API 도입 논의 본격화..왜 지금?
* ② API 도입으로 치열해질 시장 주도권 경쟁..기울어진 운동장? * ③ 글로벌 추세 따라갈 원화..득과 실은 서울, 9월8일 (로이터) 박예나 기자 - 아무도 예상치 못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심한 몸살을 앓았던 국내 외환시장이 최근 안정기에 접어들자 잠시 잊혔던 시장 거래제도 개선 문제가 다시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원화의 전자거래 시발점이 될 수 있는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에 대한 논의다.
API란 응용프로그램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운영체계나 프로그래밍 언어가 제공하는 기능을 제어할 수 있게 만든 인터페이스다.
외환시장의 경우 각 중개사의 시스템을 통해 받은 실시간 데이터를 은행들이 활용해 대고객 시스템에 제공하고, 기업과 개인 고객들은 이를 통해 실시간 호가를 조회하고 거래할 수 있다. 한편, 대고객 거래로 발생하는 은행들 포지션은 자동으로 헤지되거나 은행 내부 프로그램에 따라 처리된다. 아울러 알고리즘 트레이딩을 비롯한 다양한 거래 기법이 이 과정에서 적용될 수도 있다.
외환시장운영협의회(외시협)는 지난주 몇몇 시중은행과 외은 지점, 중개사들에 API 도입에 대한 의견을 묻는 공식적인 설문조사에 나서며 이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 시작을 알렸다. 왜 지금?
서울 외환시장의 API 도입은 거래제도 개선 차원에서 이따금 거론됐던 주제다. 그렇다 보니 일부 은행을 비롯해 외환 당국은 이에 대한 검토를 충분히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국내외 시장 상황과 국내 기관들의 인식 수준 및 시장 여론 등을 감안해 이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매번 흐지부지돼 왔다.
하지만, 전자 거래가 이미 글로벌 추세로 굳혀진 데다 역내 달러/원 시장의 유동성 확보와 거래 활성화 관점에서 전자 거래의 시발점이 될 수 있는 API 도입 필요성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2019년 보고서에서 2016년 대비 NDF 거래가 2배 가까이 늘었다면서 이를 이끈 주요 통화 중 하나로 원화를 꼽았다. 그러면서 전자 거래를 이에 대한 이유로 제시했다.
또한 BIS는 역외 시장에서 참여자들 간 달러/원 거래가 2016년 대비 10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역내 은행 간 시장의 달러/원 현물 거래량(일평균)은 2016년 83억달러였던 반면 2019년에는 69억달러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이렇게 역외 시장은 커지고 역내 시장은 위축되는 상황 속에서 국내 시장도 글로벌 추세와 보폭을 맞출 필요성이 부각된다.
A 시장 관계자는 "과거 역내 시장으로 들어왔던 일부 물량들이 전자 호가가 기반이 된 NDF 시장으로 넘어갔다"면서 "만약 스팟이 연결된다면 역외보다 유동성이 좋은 역내로 유동성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가격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고객 거래 편의성 차원에서도 API 도입 논의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각 은행의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 시장 호가를 보고 거래할 수 있어 투명성과 접근성이 높아진다.
B 시장 관계자는 "고객들에게 은행 간 시장 호가를 보여주면서 투명성을 높이고, 은행은 물량 또는 고객 크레딧 별로 다른 스프레드를 적용해 고객과 거래를 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팟 시장의 API 도입은 작은 출발일 수는 있지만 원화의 전자 거래를 여는 첫 관문인 만큼 도입 범위와 방식 및 속도, 국내외 은행 간 형평성과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까지 시장 참가자들 간의 치열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대해 외환 당국은 당국의 권한에 속하는 사항이 아닌 만큼 외시협 차원에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 외환 당국자는 "외시협을 통해 이에 관련된 사항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당국은 시장 주도하에 관련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을 기대하지만, 시장 참가자들은 당국 스탠스에서도 변화가 엿보인다는 평가를 조심스럽게 내리고 있다.
C 시장 관계자는 "당국도 글로벌 추세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고민이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시장 변동성을 대폭 확대시킬 뜻밖의 변수가 불거지지 않는다면 시장과 당국의 API 관련 논의는 올해 남은 기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물론 도입 여부와 범위는 국내외 시장 여건을 비롯한 시장 논의 속도에 달릴 전망이다.
(편집 유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