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타임스=중국/일본] 홍콩의 예술 중심지인 서구룡문화지구가 부동산을 매각해 자금난으로부터 벗어나려 한다고 블룸버그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은 홍콩의 주권이 반환된 지 1년 후인 1998년 세계 최고의 문화 명소와 견줄 만한 예술 지구를 건설하려는 목적으로 서구룡문화지구를 조성했다. 빅토리아 항구의 매립지인 이곳은 현대미술 전시관인 ‘엠플러스’, 고궁박물관, 중국 오페라 전용 콘서트홀인 ‘시취센터’ 등이 나란히 자리잡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홍콩이 팬데믹 이후 옛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분투하는 지금 특히 중요하지만 완공을 위한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 5월 서구룡문화지구 이사회 의장은 내년 6월에 자금이 바닥나며, 추가 재정 지원이 없다면 박물관과 극장의 개관 빈도를 줄여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서구룡문화지구는 추가 모금에 나섰다. 정부는 7월에 이 부지의 주거용 토지를 경매에 부쳐 개발업자에게 아파트를 짓게 하고, 입찰로 얻은 수익금은 서구룡문화지구가 갖도록 승인했다. 예전에는 이 부지에 지어지는 아파트는 임대만 가능하고 수익은 민간 개발업체와 공유할 수 있었다.
서구룡문화지구는 3월에 끝난 회계연도에만 박물관과 극장의 방문객 수가 440만명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 곳의 수입은 전년 대비 42% 증가해 7억 4600만 홍콩달러(1275억원)를 기록했다. 하지만 아직도 문화 컨텐츠 수입에만 의존하기는 역부족이다.
보통 다른 도시의 문화 시설은 정부 기금이나 자선 단체의 지원을 받는다. 부동산으로 자금 조달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홍콩 정치인들과 주민들은 공공 재정이 바닥날까봐 서구룡문화지구에 보조금 지원을 반대해왔다. 전직 정부 자문위원인 버나드 챈 행정자치부 부의장은 “홍콩에서 자금은 항상 부동산으로 조달된다”며 홍콩 주민들이 낮은 세금을 내면서도 좋은 공공 인프라를 누리는 비법이 부동산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홍콩 부동산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해 수십년 동안 이런 방식이 가능했지만, 지난 몇 년 간 부동산 침체가 이어지면서 이런 모델의 한계가 드러났다. 홍콩 싱크탱크인 리버리서치 커뮤니티의 연구원 브라이언 웡은 “토지 소유권을 매각하면 일회성 수익이 발생하지만, 나중에 적립금이 다시 고갈되면 더 많은 부동산을 매각해야 한다”며 “이는 서구룡문화지구를 공공 자산으로 유지하려는 의도를 뒤집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구룡문화지구 측은 전체 면적의 절반 이상이 공공 공간으로 남을 것이며 상업 시설은 임대만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챈 부의장은 현재의 시장 침체가 주기적인 현상일 뿐이며 새 주거용 부동산 계획은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