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2월 6일 오후 3시18분
다올금융그룹이 벤처캐피털(VC) 계열사인 다올인베스트먼트(전 KTB네트워크)를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내놨다.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증권업계 자금 경색이 그룹 차원의 유동성 위기로 번지자 그룹의 모태 격인 ‘알짜’ 자회사를 팔기로 한 것이다.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다올금융그룹은 다올인베스트먼트 매각을 위해 국내 금융회사 등 잠재 후보를 상대로 인수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올투자증권이 국내 금융기관 등을 통해 긴급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다올인베스트먼트 매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다올인베스트먼트 (KQ:298870)의 시가총액은 3075억원(6일 종가 기준)이다. 이날만 주가가 11.01% 올랐다. 다올투자증권이 지분 52%를 보유하고 있다. 매각 측은 지분 52% 매각가로 약 2000억원을 희망하고 있다.
비(非)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를 추진하는 우리금융지주와 유진그룹 등 국내 금융사가 주요 인수 후보다.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을 강화하고 있는 대기업의 참여 여부도 관심사다. 다올인베스트먼트는 1981년 정부가 출자해 세운 한국기술개발(한국종합기술금융)이 모태로 국내 1세대 벤처캐피털 회사다. 다올인베에 우리금융·유진 관심다올인베스트먼트는 2008년 증권사 라이선스를 취득하면서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그룹 모회사인 다올투자증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채무불이행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 정책금융기관과 대형 증권사들이 중소형 증권사를 지원하기 위해 공동으로 조성한 1조8000억원 규모 ABCP 매입 프로그램에 지원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웹트레이딩서비스(WTS) 등 비주력 조직 부문을 정리하고 희망퇴직을 받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도 진행 중이다. 태국 현지 법인의 매각 작업도 공식화했다.
1세대 벤처캐피털(VC)인 다올인베스트먼트는 국내외 1200여 개 벤처기업에 2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최근 대표적인 투자 성공 사례로는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과 토스(비바리퍼블리카) 등이 꼽힌다. 지난해 말 기준 운용자산은 약 1조1745억원이다. 3000억원 규모 블라인드 펀드 결성이 순항 중이다.
올해는 증시 부진 등 영향으로 실적이 부진했다. 올 3분기 누적 매출 2169억원, 영업이익 32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매출 1043억원, 영업이익 774억원과 비교하면 매출은 크게 늘어난 데 비해 영업이익은 크게 줄었다. 올 3분기만 보면 매출 38억원에 영업손실 11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우리금융은 1순위 인수 후보로 꼽힌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말 23년 만에 완전 민영화를 성사시킨 뒤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해 다방면의 인수합병을 검토해왔다. 우리금융은 5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VC 계열사가 없다. 다올인베스트먼트와는 2020년 인수 협상을 벌인 바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임기 만료를 앞둬 매각 작업에 탄력이 붙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유진그룹도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유진그룹은 지난해 다올그룹에 다올저축은행(전 유진저축은행)을 1580억원에 매각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김채연/이동훈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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