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을 추진 중인 CRO(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 기업 디티앤씨알오(대표이사 박채규)의 공모가가 1만7000원으로 정해졌다. 이는 밴드 하단을 20% 이상 밑도는 가격이다.
풀서비스(Full Service) CRO라는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가파른 실적성장을 거두고 있지만, 증시가 꽁꽁 얼어붙은데다 바이오기업에 대한 투심 악화 등으로 원하는 몸값을 받아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1일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디티앤씨알오는 공모가를 1만7000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희망밴드(2만2000~2만5000원) 하단보다 22.7% 낮은 가격이다. 확정 공모가 기준 공모금액은 총 238억원이며, 상장 시가총액은 약 1,073억원이다.
지난달 26~27일 진행한 수요예측에는 총 461곳의 기관이 참여해 경쟁률 74.53대 1을 기록했다. 대부분의 주문이 2만2000원 이하에 몰린 탓에 수요예측 후 공모가를 낮췄다.
상장을 주관한 키움증권 관계자는 “디티앤씨알오가 가진 성장 가능성이나 풀서비스 CRO로서의 차별성에 대해서는 인정받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상장 후 주주가치를 높여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해 공모가를 협의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연질캡슐 전문 제조기업 알피바이오를 제외하고 바이오섹터 IPO에 대한 투심은 좀체 살아나지 못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시장에 돈줄이 마르면서 기관투자자들의 베팅도 더욱 신중해지고 있다. 올해 바이오 IPO의 공모 경쟁률은 대부분 두자릿 수 이하에 그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디티앤씨알오는 높은 경영성과, 독보적인 사업모델, CRO 산업의 성장성 등을 감안해 공모가 밴드 산출시 할인율을 평균보다 낮춰 제시하기도 했다. 회사는 당초 이번 공모에 19.03~28.74%의 할인율을 적용했는데, 이는 지난해부터 코스닥시장에 신규상장한 기업들의 평균 할인율(약 24.25~36.91%) 보다 낮은 수준이다. 다만 하향 조정한 확정 공모가를 기준으로 하면 주당 평가가액 대비 할인율은 44.9%에 이른다.
공모주 청약은 오는 2~3일 진행한다. 우리사주조합에 3%(4만2000주), 기관투자자에 72%(100만8000주), 일반투자자에 25%(35만주)가 각각 배정됐다.
2017년 설립된 디티앤씨알오는 효능/독성 시험을 포함한 비임상시험부터 임상 1상까지 풀서비스가 가능한 국내 유일한 CRO 기업이다. 짧은 업력에도 상장에 나선 것은 가파른 실적성장을 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9~2021년 연평균 매출성장률(CAGR)은 76.2%를 기록 중이다. 실적경신을 지속해 온 가운데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230억원에 영업이익 3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64%와 260% 확대된 수치다.
회사는 각각 사업분야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풀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임상기간과 비용이 단축될 뿐만 아니라 임상 파트에서 비임상을 같이 컨설팅 해주기 때문에 디자인에서도 실수가 발생할 확률이 낮아진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점점 시장의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아울러 디티앤씨알오는 바이오테크놀로지(BT)와 인포메이션 테크놀로지(IT)를 결합해 차별화된 프로세스를 선보이고 있다. 여러가지 자동화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시험일정관리 프로그램(MoPS), 실험실 정보관리시스템(LIMS)은 물론이고, 미국 FDA신청용 전자문서인 SEND 솔루션과 스마트 임상 플랫폼(STC, Smart Trial Center)도 CRO기업 중 최초로 선보였다. STC에는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기술이 담겨 있다.
회사관계자는 더스탁에 “당사는 SEND 솔루션의 가치가 향후 커질 것이라고 판단하고 2년 6개월에 걸쳐서 플랫폼을 자체 개발했다. 이후 FDA 전문가를 통해 검증도 받고 사용 프로그램 확정이 됐다. 우리 프로그램은 당사 시험 데이터뿐만 아니라 타사 데이터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데이터가 축적되면 향후 큰 자산이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디티앤씨알오는 이달 11일 코스닥 시장에 입성할 예정이다. 박채규 디티앤씨알오 대표이사는 “디티앤씨알오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투자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반드시 이익을 돌려드릴 수 있는 운영을 하겠다”면서 “상장 이후 확보된 자금을 통해 비임상과 임상 그리고 분석서비스의 다양한 분야에서 더욱 굳건한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는 데에 집중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