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위자가 26일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확성기로 큰 소음을 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다른 대기업 사옥 앞에서 벌어진 ‘소음시위’ 현장에서 측정한 소음도. 도병욱 기자
26일 아침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출근길. 회사로 들어가는 직원들 뒤로 음산한 노래소리가 흘러나왔다. 회사 앞에서 7년 동안 시위를 하고 있는 이가 튼 노래다.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이 하는 얘기도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큰 소리였다. 같은 시각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 앞은 여러 시위대의 소음이 한데 뒤엉켰다. 삼성중공업 삼성SDI 삼성화재 삼성물산 등 각 계열사를 상대로 한 시위대들이 각자 서초사옥 앞에서 확성기를 틀었기 때문이다.
주요 기업이 사옥 앞 ‘소음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현대차, 삼성은 물론 하이트진로, GS, 효성, LG 등 많은 기업이 확성기 시위로 곤욕을 치렀다. 하지만 뾰족한 대응 방법이 없다.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고, 경찰에 신고해도 바뀌지 않는다. 법원이 장송곡을 틀지 말라고 하면 장송곡과 비슷한 민중가요를 틀고, 노래소리를 키웠다 줄였다를 반복하면서 단속을 피하기 때문이다.
이날 현대차와 삼성 등 기업 본사 앞 소음도는 수시로 80데시벨(dB)을 넘었고, 종종 100dB 가까이 올라갔다. 80dB은 지하철이 지나가는 수준의 소음이고, 100dB은 헬리콥터 바로 옆에서 나는 소음 수준이다.
‘소음 시위’로 이들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은 물론 주변 상인, 인근 거주자도 피해를 보고 있다. 서울 청담동 하이트진로 본사 인근 주민들은 여러 차례 소음 시위를 중단해달라고 탄원서를 구청 등에 제출했다. 현대차 본사 옆에 있는 대형마트에 근무하는 직원들도 현대차에 “소음 시위를 막아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경찰은 다음달 2일부터 개정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적용해 소음 시위 기준을 강화할 예정이다. 주거지역, 학교, 종합병원은 최고 소음도가 주간(오전 7시부터 해지기 전)에는 85dB , 야간(해진 후부터 0시 전)에는 80dB , 심야(0시부터 오전 7시)에는 75dB을 넘으면 안 된다.
현재는 10분간 평균 소음 값을 뜻하는 ‘등가 소음도’를 적용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1시간 이내에 기준을 3회 초과하면 경찰관서장이 ‘소음 기준치 이하 유지’ 또는 ‘확성기 등 사용 중지’를 명할 수 있는 ‘최고 소음도’를 적용한다. 명령을 위반하거나 필요한 조치를 거부·방해하면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과료 대상이 된다.
하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여전히 기준이 느슨하다는 지적이 있다. 독일은 학교나 병원 등이 있는 곳의 소음을 주간 57dB, 야간 47dB로 규제했다. 주거지역 소음도 주간 59dB, 야간 49dB로 제한해놨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주거지역 소음 한도는 주간 65dB, 야간 60dB이다. 시위대가 부당하게 소음을 발생시키면 강하게 처벌하는 나라도 많다. 프랑스와 중국, 러시아 등은 야간 시위 자체를 금지했다.
도병욱/이수빈/정지은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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