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5월17일 (로이터) - 도널드 트럼프가 16일 자신은 데이비드 캐머론 영국 총리와 좋은 관계가 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캐머론이 무슬림의 한시적인 미 입국 금지에 관한 트럼프의 제안을 “분열적이고 멍청하며 틀렸다”고 혹평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캐머론은 영국 의회에서 미 공화당 대선후보가 될 것으로 보이는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 금지 제안을 비판하면서 그가 영국을 방문하려 할 경우 영국인들은 한 마음으로 그를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16일 방영된 영국 지상파 채널 ITV 회견에서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캐머론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해나갈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썩 좋은 관계가 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우선 나는 멍청하지 않다. 정 반대다. 두 번째로 나는 분열적이지도 않다. 나는 현재 미국 대통령(버락 오바마)과 달리 통합하는 사람(unifier)이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영국의 최대 동맹국이다. 미 기업들은 영국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며 영국 입장에서 미국과의 소위 ‘특별한 관계'는 2차 세계대전 이래 대외 정책의 근간이 돼 왔다.
무슬림과 여성, 그리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장래에서 러시아와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여러가지 이슈에 대한 트럼프의 ‘막말'은 영국 뿐 아니라 독일, 프랑스 등 여러 유럽 국가의 비판을 초래했다.
그러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나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캐머론처럼 지나치게 ‘트럼프 때리기'에 나서지는 않았다. 트럼프는 11월 미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세계 최강국에 최대 경제국의 수장이 된다.
캐머론은 누가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되던 미국과의 특별한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총리실 대변인은 말했다. 그러나 대변인은 캐머론이 당초의 발언을 취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밖았다.
그는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의 발언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명확히 밝힌 바 있다. 그는 이에 동의하지 않으며 무슬림의 미 입국 금지는 분열적이고 멍청하며 틀린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는 자신의 발언을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변인은 캐머론이 11월 미 대선에서 누가 승자가 되기를 원하는 지 묻는 질문에 답변을 회피하면서 총리가 트럼프와 만나거나 전화통화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제안이 들어올 경우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캐머론은 트럼프가 ‘힘든' 공화당 경선을 완주한데 대해 존경받을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는 화해의 손짓으로 보인다. 영국 신문 더타임즈(The Times)는 또 캐머론이 지난 달 외무부에 트럼프와의 관계 개선 시도를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ITV 회견에서 “나는 그(캐머론)와 좋은 관계를 갖기 바란다. 그러나 그는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무슬림으로 신임 런던 시장에 선출된 사디크 칸이 “매우 무례한 말을 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당초 칸의 승리를 환영하면서 자신은 그가 미국을 방문할 경우 입국을 막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칸은 “이슬람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의 무지한 시각은 미국과 영국 두 나라 모두를 덜 안전하게 만들 것이다. 그의 발언은 전세계 주류 무슬림을 이간시키고 있다”며 신랄한 비난을 퍼부었다.
트럼프는 ITV 회견에서 “그(칸)은 나를 모른다. 나를 만난 적도 없다. 나는 그가 매우 무례한 발언을 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 말을 기억하겠다고 전해 달라. 매우 고약한 발언이다. 무지해서 그런 말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