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1월31일 (로이터) - 애널리스트들이 유럽 기업들의 실적에 대해 6년래 가장 밝은 전망을 내놓았다. 다만 유럽 주식의 밸류에이션이 워낙 높고 전망이 낙관적인 탓에 다가오는 실적 시즌에 대해 실망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연초에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10년 이후 매년 초 유럽 기업들의 순익 성장률 전망치는 줄곧 두 자릿수였다. 하지만 실제 성적은 이러한 기대를 크게 밑돌았다.
경제성장 기대감과 서방 일부 국가에서의 인플레이션 강화 전망으로 촉발된 글로벌 증시의 랠리는 유럽과 미국의 정치적 리스크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로 인해 밸류에이션이 다시 장기 평균치 또는 이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높아졌다.
범유럽지수인 스톡스600 지수 .STOXX 는 지난해 11월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한 이후 11월 초 저점으로부터 지금까지 11% 가까이 상승했다. 유럽 증시 투자자들이 방어주와 배당주에서 빠져나와 경기 순환과 밀접하게 연관된 종목으로 갈아타면서 은행주, 상품 관련주, 제조업주 등이 강세를 보이며 증시 상승을 견인했다.
톰슨로이터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유럽 기업들의 순익은 약 1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애널리스트들의 투자의견 상향조정 건수는 하향조정 건수에 비해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성장 전망 개선, 상품가격 상승, 가팔라진 채권 수익률 커브 등의 펀더멘털 요인들은 이 같은 실적 성장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경기 개선 전망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반영돼 주식 가격이 오른 것이 아니냐는 우려 또한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 유럽 주식의 밸류에이션은 추정실적 대비 주가수익비율(PER)의 약 15배 수준에 거래되며 장기 평균에 부합하고 있다.
JP모간자산운용의 알렉스 드라이든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투자자들은 이 같은 2017년 실적 전망에 대해 조심해야 한다"고 역설하며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는 연초에 과도할 정도로 낙관적인 수준에서 시작해 연중 가파르게 하향조정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실적 발표를 앞두고 주가가 강력한 상승세를 보이면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추가 매수세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지난주 스위스 최대 은행 UBS의 실적 발표와 그날 주가 움직임이 이를 설명하기에 안성맞춤이다. 27일(현지시간) UBS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크게 웃도는 지난해 4분기 순익을 공개했지만 이날 은행의 주가는 3% 이상 하락했다. 실적 발표에 앞서 지난 3개월 동안 주가가 20% 이상 상승했기 때문에 실적 발표 이후 추가 상승이 어려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업종별로는 유럽은행주가 올해 가장 강력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향후 12개월 동안 은행주 순익은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 뒤를 이어 기술주 순익은 15% 증가하는 반면 보험주와 유틸리티주는 4%를 밑도는 미약한 순익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분기 실적시즌에 미국 기업들이 강력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도 유럽의 전망을 한층 밝게 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순익은 2년래 최대폭 증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기업들의 실적에 도움을 줬던 상품가격 상승과 가팔라진 채권 수익률 커브 등이 유럽 기업들에게도 긍정적 효과를 줬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투자자들이 걱정하고 있는 한 가지는 유럽 증시의 전망이 개선된 배경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감세, 인프라 지출 확대, 헬스케어 정책 재편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깔려있다는 점이다.
브뤼셀 소재 BNP파리바의 필립 지젤 리서치 담당자는 "전 세계적으로 트럼프 낙관론이 주가에 상당부문 반영돼 있다. 따라서 경제성장이 예상에 못 미치면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편집 손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