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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대기업이 상생 모범…코로나 극복 앞장서줘 든든"

입력: 2020- 02- 14- 오전 02:41
© Reuters.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문 대통령 오른쪽)을 비롯해 이재현 CJ그룹 회장(오른쪽 두 번째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재계 인사가 참석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주요 대기업 총수와 경제단체장들은 13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코로나19 대응 경제간담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사태를 둘러싼 정부 대응에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도 좀 더 적극적인 행정을 펼쳐줄 것을 주문했다. 기업인들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솔직한 속내까지 밝히면서 위기 극복 의지를 다졌다.

경제계, 적극행정 주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이번 사태를 맞고 보니 미리 준비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고 어깨가 무겁다”며 “중국은 글로벌 제조업 핵심이라 정보기술(IT)산업의 경우 여러 면에서 준비한 것으로는 극복하려고 해도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 부회장은 “2년 전 약속한 고용 창출은 직접 챙기겠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부품 공급 중단으로 생산공장을 세웠던 현대자동차의 윤여철 부회장은 “우리 정부의 신속한 지원으로 현재 40개 중국 와이어링 하네스 공장 중 38개가 재가동했다”며 조기 가동을 위한 정부 노력에 별도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윤 부회장은 항공운송 부품에 대한 관세 특례와 부품사 대출 연장을 요청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관세 특례를 한시적으로 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중소기업의) 대출을 연장하고 있다”고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거들자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은행 창구에서는 대출 연장을 안 해주려고 한다”며 일선 현장과 정책의 괴리를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자금 경색 문제는 기업에 다른 문제가 없다면 최대한 (대출 및 연장을) 해주는 쪽으로 해 달라”며 “은 위원장의 의지가 은행 창구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한·중 항공화물 운송이 폐쇄되면 중국에서 생산하는 반도체 웨이퍼 조달에 차질이 발생하는 만큼 운송 항공편을 축소하지 말 것을 (중국 측에) 요청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옥 인근 영세상인들을 위해 “주 1회 구내식당 이용을 제한하겠다”는 최 회장 발언에 문 대통령은 “청와대도 이번주부터 매주 한 번씩 식당을 폐쇄하기로 했다”고 화답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간담회가 잡힌 후 건강염려증에 시달렸는데 정부가 상황을 잘 관리하고 있는 것 같다”고 솔직한 속내를 밝혔다. 구 회장은 “안정적 부품 조달 공급망 구축을 위해 생산전략을 재점검 중이고 그 일환으로 지난해 전지 양극재 공장을 경북 구미에 세우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 구 회장이 말한 LG 구미공장을 소재부품 다변화와 국내 유턴기업 사례로 별도로 소개하며 유턴기업에 대한 정책 지원 의사를 밝혔다.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은 롯데호텔의 2만8000건 객실 취소 사례를 소개하며 가장 타격이 큰 관광 유통 등 서비스 부문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다. 황 부회장은 “결정적 위기는 넘어가고 있지만 지금부터가 중요하다”며 “문 대통령의 다양한 문화행사 참석과 함께 쇼핑몰에도 한번 들르시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코로나19를 비롯한 여러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려면 유연근로를 위한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文 “기업들이 잘해주고 있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에 참석한 장관들에게 경제계 요청을 속도감 있게 반영하라고 지시하면서도 기업들에는 투자를 독려했다. 문 대통령은 “신종 감염병 사태라지만 그간 너무 위축돼 있었다. 심리적 대반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4분기부터 설비투자가 증가세로 전환하고 창업과 일자리 창출의 선순환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해 경제의 발목을 잡게 된 점이 매우 안타깝다”며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삼성과 현대차의 협력업체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 SK의 불화수소 및 폴리이미드 생산공장 투자, 롯데의 우한 교민 후원 등도 직접 언급하며 “이번 사태를 맞아 대기업들이 상생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대기업들이 앞장서줘 더욱 든든하다”고 칭찬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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