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10월11일 (로이터) - 영국 서비스부문의 뚜렷한 둔화와 기업 경영진들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펼쳐질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고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서베이가 공개되면서 영국 경제가 동력을 상실하고 있는 것 같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공개된 영국 상업회의소(BCC:British Chambers of Commerce) 서베이는 지난 6월 브렉시트 투표 이후 지금까지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선방해 온 영국 경제의 장기 전망에 대한 우려를 강조해줄 것으로 보인다.
영국 경제가 브렉시트 투표 이후 초반에 탄력을 보여준 것은 투표 결과를 대체적으로 초월하는 모습을 보여준 소비자들에 의해 주도됐다. 그러나 서베이에서 나타난 투자 약화 신호들은 기업들의 걱정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BCC가 7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분기 서베이에 따르면 기업 투자와 총매출 신뢰도는 4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와 별도로 회계법인 들로이트는 주요 영국 기업들의 최고 재무 책임자들을 인용, 브렉시트 투표 이후 급락했던 업체들의 사기가 부분적 반등세만 보였다고 보고했다.
BCC와 들로이트의 서베이는 모두 지난주 영국 정부가 기업들로 하여금 외국인 직원 비율을 강제로 공개하게 만들고 영국 근로자들을 충분히 채용하지 않고 있는 기업들을 제재하기 위한 계획의 윤곽을 밝혀 기업과 금융시장에 놀라움을 안겨주기 전에 실시됐다.
영국 정부는 업계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은 뒤 그러한 기업들을 "밝혀내 망신을 주려 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음을 부인했다.
이 같은 혼란은 영국 수출업체들이 브렉시트 이후 EU 시장에 어느 정도 접근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심화시켰다. EU 시장에 대한 자유 접근이 배제되는 이른바 '하드 브렉시트' 우려로 파운드는 지난주 미국 달러에 31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BCC 서베이는 파운드화 하락이 제조업체들의 수출을 확대시켰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파운드 하락은 동시에 영국 경제의 중추를 이루는 서비스분야 업체들의 둔화를 가리키는 것이다.
BCC의 사무총장 대행 아담 마샬은 "서비스부문 둔화가 걱정된다. 왜냐면 서비스업종은 영국 경제의 주도적 산업이기 때문이다"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BCC는 8월 22일부터 9월 12일까지 실시된 이번 서베이 결과는 영국 경제가 내년에 불과 1% 성장할 것이라는 자신들의 전망을 지지했다고 밝혔다. 1% 성장은 최근 평균 성장률의 절반 수준이다.
서베이에 따르면 제조업체들의 공장 및 기계 투자 계획, 그리고 서비스부문 업체들의 직업 교육 투자 계획은 영국 경제가 거의 침체 상태를 보였던 2012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후퇴했다.
124개 대기업들이 참여한 들로이트 서베이(9월 12일 ~ 26일)는 3분기의 자본 지출과 고용 전망이 브렉시트 투표 직후 재무 담당 오피서들을 대상으로 실시됐던 서베이에 비해 개선됐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반등폭은 작았다.
들로이트 서베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40%는 앞으로 3년간 투자가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브렉시트 투표 직후 폴에서 나왔던 58% 보다 하락한 수치다. 또 46%의 응답자들은 고용 둔화를 내다봤다. 이 역시 브렉시트 투표 직후의 66% 보다는 낮아졌다.
BCC 서베이는 많은 제조업체들이 파운드화 가치 하락 등으로 비롯된 원자재 비용의 가파른 상승을 반영해 제품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소매 컨서시움(BRC)은 만일 영국이 EU 식료품 시장에 대한 접근 특혜를 상실하고 세계무역기구(WTO) 관세를 대신 적용할 경우 수입품 가격이 인상될 것을 우려했다.
BRC는 육류의 평균 수입 관세는 최고 27%, 그리고 의류와 신발 수입 관세는 11% ~ 16%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편집 손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