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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태양광 대란'인데…몇 개인지도 모르는 정부

입력: 2019- 07- 08- 오전 02:38
© Reuters.

지난해 11월 강원 고성군 토성면 주민들이 한국농어촌공사의 도원저수지 수상태양광발전소 설치를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2030년까지 농촌에 10GW의 태양광을 깔겠다고 발표한 지 18개월이 지났지만 현재 농촌 태양광 규모는 파악조차 못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력발전소 비중을 줄이고 태양광, 풍력 등을 늘리겠다는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짜여졌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란 지적이다. 정부는 뒤늦게 농촌 태양광 규모를 파악하겠다며 관련 예산 편성 작업에 들어갔다.

7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촌 태양광 조사를 위한 예산 6억8600만원을 편성해달라고 지난달 기획재정부에 요구했다.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내년에야 조사가 시작된다.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7%에서 20%로 늘리겠다”는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을 2017년 12월 발표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36.5GW(설비용량 기준)의 태양광을 전국에 설치하고, 이 중 3분의 1인 10GW는 농촌에 깔겠다고 했다. 농촌 태양광은 △농지 △농가 축사 등 건축물 △버섯재배사 등 시설물에 설치된 태양광을 통틀어 지칭한다.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것은 이 중 농지 태양광(작년 기준 1.3GW)뿐이다. 농지를 제외한 농촌 태양광 규모는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이 발표된 지 18개월이 지나도록 현황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현재 상황에 맞춰 목표를 세우는 게 정상인데 순서가 거꾸로 됐다”며 “태양광업자에게 정부 보조금이 지급되기 때문에 재정 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계획을 더 정교하게 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농촌 태양광' 실태조사 한번도 안한 정부…지자체 곳곳서 '파열음'

정부가 2030년까지 태양광 설비의 3분의 1 가까이를 농촌에 설치한다고 했지만 정작 지금 얼마나 깔려있는지는 모르는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태양광 목표치가 주먹구구식으로 정해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정부는 2017년 말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을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 36.5GW의 태양광을 확보하고, 이 중 10GW(원전 10기 설비용량)는 농촌에 설치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처럼 실태 파악도 안 된 상태에서 밀어붙이고 있는 태양광 정책은 주민 반발과 지방자치단체의 규제 강화 등으로 곳곳에서 잡음과 부작용을 낳고 있다.

내년에야 실태조사한다는 정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17년 7%에서 2030년 20%로 늘리겠다는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63.8GW의 재생에너지 시설을 확보해야 한다. 이 계획에 따르면 60%인 36.5GW는 태양광이 담당한다. 정부는 도심은 태양광 설치에 제약이 많아 농촌에 10GW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농촌 태양광은 농지, 농가, 건축물 및 시설물에 설치된 태양광을 모두 합친 개념이다. 정부는 이 중 농지 태양광 규모(작년 기준 1.3GW)만 파악하고 있다.

건축물은 축사, 양계장 등이고 시설물은 버섯재배사 등 농작물을 키우기 위해 설치된 것이다. 정부는 농촌 건축물과 시설물에서 생산한 태양광 에너지에 더 많은 보조금을 준다. 이 때문에 버섯 재배는 하지 않으면서 재배사만 설치해 놓고 보조금만 타가는 식의 사례가 늘고 있다. 작년 에너지공단이 조사한 51개 농촌 태양광 관련 건축·시설물 중 22개가 이 같은 식으로 편법 운영되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농지를 제외한 나머지 농촌 태양광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그동안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내년부터 조사하겠다며 기획재정부에 관련 예산 6억8600만원을 요청했다. 기재부가 이 요구를 받아들이더라도 국회에서 이 예산안이 통과될 것이란 보장은 없다.

정부는 “2022년까지 3.3GW의 농촌 태양광을 우선 확보하고 2030년 10GW를 달성하겠다”고 설명해왔다. 원전 1기의 설비용량이 보통 1GW라는 점을 고려하면 농촌 태양광으로만 2022년까지 원전 3기분, 2030년까지 원전 10기분을 대체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자신의 학업 성취도 수준도 모르는 수험생이 ‘목표는 서울대’라고 말하고 다니는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2040년에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30~35%로 높이겠다는 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지난달 발표하기도 했다.

급증한 태양광 소송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부호가 붙는 사례는 농촌 태양광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발전공기업들이 제시한 재생에너지 목표치가 대표적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2030년까지 7.6GW의 전력을 생산하겠다고 정부에 제시했다. 이종배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에 따르면 한수원은 이를 위해 서울 여의도 면적의 34배에 달하는 98㎢의 부지가 필요하다고 계산했다. 하지만 한수원이 확보했거나 확보 예정인 부지는 5.1㎢에 불과하다.

재생에너지 3020에 따른 한국전력과 한수원 등 다섯 개 발전자회사의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치는 45.2GW다. 여기에 필요한 돈만 58조8000억원이다. 이들 회사는 지난해 기준으로 142조8000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다.

제대로 된 실태조사 없이 세워진 태양광 확대 계획은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정부 보조금을 타내기 위해 태양광을 지으려는 사업자와 난개발에 따른 환경 오염, 주민 반대 등을 우려해 이를 막으려는 지자체 간 행정소송은 2014년 7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102건을 기록했다.

지자체는 주민 반발을 의식해 태양광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태양광을 도로나 주거 지역에서 100~1000m 떨어뜨려야 한다고 제한한 지자체는 2017년 54곳에서 작년 91곳으로 늘었다.

이태훈/구은서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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