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뉴스핌] 최태영 기자 = 안경을 쓰지 않고도 3차원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를 재생할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국내 연구진이 이런 기술을 가진 3차원 디스플레이 기술을 한 단계 진보시켜 주목된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과 박용근 교수 연구팀은 안경 없이도 3차원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를 재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박용근 교수 [사진=한국과학기술원] |
특별한 안경 없이 실감 나는 3차원 영상을 재생할 수 있는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는 오랫동안 꿈의 기술로 여겨져 왔다. 다만 현재 기술로는 구현할 수 있는 3차원 영상이 크기가 매우 작고 시야각도 크게 제한돼 현실적으로 구현이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3차원 홀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빛의 세기와 빛이 진행하는 방향 모두 정밀하게 변조해야 한다. 빛 진행 방향의 정밀한 변조는 공간광파면 조절기에 의해 이뤄진다.
이때 빛이 진행하는 방향을 넓은 각도에서 정밀하게 제어하기 위해서는 공간광파면 조절기가 많은 픽셀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공간광파면 조절기의 픽셀 개수는 실감 나는 3차원 영상을 만들기에 턱없이 부족한 실정. 즉 빛을 매우 한정된 각도 내에서만 변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현재의 기술로 만들 수 있는 3차원 영상은 크기가 약 1cm, 시청 가능한 시야각이 약 3도 이내로 제한돼 사실상 실용화가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오랫동안 과학자들은 실용적인 홀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개의 공간광파면 조절기를 합쳐서 이용하거나 사람이 인식할 수 있는 속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다량의 홀로그램 이미지들을 조합해 3차원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런 방식은 그러나 복잡한 시스템을 뒷받침할 수 있는 연구실 환경에서만 구현됐다는 문제점도 노출됐다.
실제 구현된 3차원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와 전자현미경 이미지. [사진=한국과학기술원] |
박막은 비주기적으로 배열된 수많은 구멍(핀홀)으로 구성되는데, 핀홀은 빛을 넓은 각도로 퍼뜨리기 때문에 형성된 3차원 영상을 넓은 각도에서 볼 수 있다.
연구팀은 이론에 따라 설계된 박막을 기존 디스플레이의 LCD 패널에 부착했고, 실험을 통해 약 ‘3cm×3cm’의 화면에서 약 30도의 시야각을 갖는 3차원 홀로그램 영상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이는 기존의 'Full HD'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로 표현할 수 있는 공간대역폭보다 약 400배 이상 향상된 결과라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또 3가지 색(적색·녹색·청색)을 나타내며 60Hz로 작동하는 동적 홀로그램 역시 구현했다.
앞서 박 교수 연구팀이 지난 2016년 네이처 포토닉스(Nature Photonics)지에 보고했던 기술은 산란을 이용해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 품질을 향상시켰지만, 복잡한 계산과 큰 부피의 장비가 필요했다.
이후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이번 연구에서는 일반 LCD 패널에 비주기적인 박막만 추가하면 제작할 수 있어 기존 제조공정에 한 단계를 추가함으로써 상용화에 적합한 기술로 관심을 모은다.
연구팀은 다만 이번 기술을 당장 상용화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나 기술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면 멀지 않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종찬 박사(현 미국 일리노이대 연구원·전 카이스트 물리학과 연구원)가 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지난 21일 게재됐다.
박 박사는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넓은 시야각과 큰 영상 크기뿐만 아니라 소형 폼팩터를 유지해야 하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평면형 디스플레이에서 대면적 광시야각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를 구현했다”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휴대용 기기에서 홀로그래픽 디스플레이를 구현하는 기반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cty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