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12월17일 (로이터) -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지수가 14일(현지시간) 19개월래 최고치까지 올랐다. 미국 외 다른 경제권에서 정치 및 경제 관련 우려가 나타난 영향이다. 그에 따라 시장에서는 달러에 대한 안전수요가 생겨났다.
뉴욕장 후반 달러지수는 0.38% 오른 97.434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97.711로 지난해 5월 이후 최고치까지 오르기도 했다.
역외거래에서 달러/위안은 0.36% 오른 6.9025위안을 나타냈다. 이날 발표된 중국의 11월 중 소매판매 및 산업생산 지표가 약세를 나타낸 영향이다.
중국의 11월 중 소매판매는 전년대비 8.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3년 5월 이후 최저기록이다. 11월 중 산업생산은 전년대비 5.4% 늘어 지난 2016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유로/달러는 0.43% 내린 1.13045달러를 기록했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이날 발표된 유로존 경제지표도 약세를 나타냈다.
금융정보 서비스업체 마르키트가 이날 발표한 유로존의 12월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는 51.3으로 지난 2014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PMI는 경기를 반영하는 지표로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을, 50을 밑돌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파운드/달러는 0.59% 내린 1.2585달러를 나타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불신임투표 악재를 극복했지만, 유럽연합(EU) 정상들은 브렉시트 합의안 관련 재협상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만 BK자산관리의 보리스 슐로스버그 외환전략부문 상임이사는 "달러는 여타 통화들의 가치가 내리는 만큼 오르지는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달러는 이날 발표된 미국의 11월 소매판매 및 산업생산 지표 강세 덕에 호조를 이어갔다.
미국 상무부의 발표에 따르면, 미국의 11월 중 핵심 소매판매(자동차, 휘발유, 건축 자재, 음식 서비스 제외)는 전월대비 0.9% 증가했다. 시장에서는 0.4% 증가를 예상했다. 11월 산업생산은 전월대비 0.6% 늘어 시장 예상치 0.3% 증가를 상회했다.
다만 달러 가치의 상승폭은 제한됐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이 조만간 금리인상을 중단할 것이라는 예상 탓이다. 연준은 이달 회의에서 금리를 2.25~2.50%로 0.25bp(1bp=0.01%p)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장은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낮춰잡고 있다.
슐로스버그 이사는 "시장은 미국 경제에 의심을 품고 있으며, 연준이 12월 이후 금리인상을 단행할지 여부에도 회의적이다"고 말했다.
멕시코 국경장벽에 대한 재정지원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 의원들과 갈등을 빚는 가운데,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부분 기능 정지) 가능성이 나타난 점도 달러를 압박하고 있다고 애널리스트들은 설명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한 관료가 말한 바에 따르면,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EU 정상들에게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약세라고 말하며 유로존 개혁 추진을 촉구했다.
템퍼스의 후안 페레즈 수석 통화 트레이더는 "(드라기 총재의) 경고는 시장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 ECB의 고려대상에도 포함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라고 말했다.
한편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합의안의 의회 통과를 성공할지에 대한 우려도 유럽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편집 박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