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8월23일 (로이터) - 미국 달러가 22일(현지시간) 약세를 이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받는 정치적 압력이 커진 영향이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8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의사록 발표 이후에는 달러지수가 장중 최저치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의사록에는 무역마찰을 우려하는 발언도 담겼다.
이날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0.3% 내린 94.93을 나타냈다.
전일 트럼프 대통령은 두 가지 악재에 직면했다. 최측근 2명이 징역형을 받을 수도 있게 된 탓이다. 이중 한명인 트럼프 대통령의 전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은 특히 2016년 대선 전 성추문에 휩싸인 여성들의 입을 막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돈을 전달한 사실을 자백했다. 공화당의 중간선거 결과 예상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의 대통령직에 먹구름을 드리웠던 수사는 확대될 수도 있게 됐다. 이 소식은 전 자산에 걸쳐 투자자들의 위험선호심리를 줄이는 쪽으로 작용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미국의 정치 불안정성이 달러 가치를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즉각적인 영향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캠브리지 글로벌 페이먼트의 칼 샤모타 외환전략 및 파생상품부문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압박은 심해지고 있다. 재정 부양정책을 계속 이어나갈 정도의 정치자본을 보유할 가능성이 감소하는 중"이라며 "이는 다수의 시장참여자들에게 미국의 경제 호황이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연준이 8월 의사록을 발표한 이후에도 달러는 약세를 뒤집지 못했다. 연준 정책위원들은 지나친 경제 강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조만간의 금리 인상을 논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들은 글로벌 무역갈등이 가계와 기업에 타격을 줄 가능성을 평가했다.
스코샤뱅크의 션 오스본 수석 외환 전략가는 "의사록 내 무역을 우려하는 발언과 이머징마켓에 하방위험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타나자, 외환시장은 달러 약세를 보이는 등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라며 "어쩌면 시장은 이것이 긴축 중단을 의미하는 것으로 추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오스본 전략가는 최근 달러 가치가 주춤했다며, 시장은 달러 약세에 베팅할 핑곗거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터키 통화위기, 이탈리아 재정 관련 우려가 사그라들고 숏커버링이 나타나면서, 유로는 6거래일 연속 강세를 나타냈다. 유로/달러는 0.5% 오른 1.162달러를 기록했다. 장중엔 1.1623달러까지 상승했다.
지난주 유로/달러는 14개월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으나, 이후 3센트가량 반등했다. 당시에는 터키 통화위기가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발생했고, 이탈리아 정계를 둘러싼 불안감이 재발한 바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은 이날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위급 인사가 참석하지 않는 만큼, 기대감은 낮은 편이다.
한편 달러/엔은 0.21% 오른 110.53엔을 나타냈다. 파운드/달러는 0.13% 상승한 1.2916달러에 거래됐다.
(편집 박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