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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들 청구서만 연 1조"…'탄소 리스크'에 한국 기업 '초비상'

입력: 2021- 07- 12- 오전 02:40
© Reuters.  "받아들 청구서만 연 1조"…'탄소 리스크'에 한국 기업 '초비상'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를 위해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방문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첫 번째)이 9일(현지시간) 한 회의장에서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오른쪽 첫 번째)과 세계 경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양국 재무장관은 디지털세 도입을 위해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기재부 제공

유럽연합(EU)이 2023년부터 연간 90억유로(약 12조2600억원)에 이르는 탄소국경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유럽 기업을 보호하고 코로나19 극복에 쓴 막대한 재정 지출을 메우기 위해서다. 국내 기업이 받아들 청구서만 매년 1조원이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11일 EU집행위원회에 따르면 EU는 기후 변화 해결을 위한 입법 패키지 ‘핏포55’를 오는 14일 발표한다. 2030년 EU의 평균 탄소 배출량을 1990년보다 55% 줄이는 게 목표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세부안도 공개된다. EU 생산 제품보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면 일정 비용을 내도록 하는 조치다.

파이낸셜타임스가 확보한 초안에 따르면 탄소 배출 저감 조치 때문에 경쟁에서 뒤처질 우려가 있는 유럽 기업을 보호하는 데 탄소국경세가 강력한 수단이 될 것으로 EU는 평가했다. 2023년부터 단계적으로 세금을 확대해 2030년께 매년 90억유로를 거둬들일 계획이다. 추가 수입의 상당액은 7500억유로에 이르는 코로나19 경제회복기금 부채 상환에 사용한다.

첫 부과 대상 항목은 철강 시멘트 비료 제품이다. 러시아 기업의 타격이 클 것으로 EU는 분석했다. 각국 정부는 이번 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위배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9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무역 마찰을 피하기 위한 국제 조정을 촉구했다. 한국은 탄소배출권 제도를 운영 중이므로 예외를 인정받아야 한다는 게 한국 정부 입장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을 만나 “배출권 거래제나 에너지세 등 기존 정책과의 정합성 및 중복 여부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U, 탄소국경세 도입 임박

철강·화학 등 주력업종 탄소배출 많아 타격 우려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세’ 도입이 가시화하면서 국내 수출기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철강, 석유화학, 기계, 장비 등 주력 수출산업에서 상당한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는 EU에 탄소국경세 예외 인정을 요구하는 등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한국도 EU 탄소세 타깃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최근 발간한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과 한국의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에 따라 한국은 연간 10억6100만달러(약 1조2200억원)의 탄소국경세를 내야 할 것으로 추정됐다. EU가 이산화탄소 1t당 30유로의 비용을 전 분야에 과세할 경우를 가정해 내놓은 수치다.

KIEP는 약 1.9%의 관세가 추가로 부과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산업별 부과 시나리오를 보면 기계 및 장비류에서 1억8600만달러, 화학 및 비금속 1억5300만달러, 금속 1억3500만달러 등이 부과될 것으로 전망됐다.

CBAM은 EU 역내로 수입되는 제품 중 자국 제품보다 탄소배출이 많은 제품에 대해 비용을 부과하는 조치다. 지난달 초 공개된 초안에 따르면 EU는 2023년부터 전기·시멘트·비료·철강·알루미늄 등 탄소배출이 많은 품목에 이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오는 14일 EU 집행위원회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55% 감축하기 위한 입법 패키지 ‘핏 포 55(Fit for 55)’를 발표하면서 구체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산업계에선 CBAM이 본격 도입되면 다른 국가에 비해 국내 수출기업의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탄소국경세 부과 대상이 대부분 한국이 강점을 보이고 있는 수출 산업에 집중돼 있어서다. 특히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철강 분야에 타격이 집중될 전망이다.

KIEP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탄소국경세액 추정치(10억6100만달러)는 대EU 수출액이 더 많은 일본(7억8200만달러)을 웃돌았다. EU의 역외 총수입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보다 1.5%포인트 높았지만 수입에 내재된 이산화탄소는 773만t 적게 배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IEP는 “한국은 무역 의존도가 높고 이산화탄소가 다량 배출되는 제조업 위주의 교역 구조를 가지고 있어 타격이 클 것”이라며 “특히 EU가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면서 이산화탄소를 다량으로 순수입하는 기계 및 장비류, 수입에 내재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아 배출 집약도가 높은 금속 분야 등이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외 인정해 달라” 대책 마련 착수정부는 탄소국경세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부는 최근 ‘철강산업 글로벌 탄소국경조정 대응 전략 및 경쟁력 강화방안’을 주제로 연구 용역을 공고했다.

산업부는 “탄소국경조정제도는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작용해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산업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라며 “특히 산업부문 탄소배출량 1위 산업인 우리 철강 수출경쟁력에 상당한 지장이 우려된다”고 용역 발주 이유를 밝혔다. 산업부는 용역을 통해 CBAM 법안 초안을 분석해 국제 외교무대에서 근거자료로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외교전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지난 6일 한국을 찾은 프란스 티메르만스 EU 그린딜 담당 수석부집행위원장을 만나 이중규제 우려가 없도록 한국과 같은 배출권 거래제 시행 국가를 CBAM 적용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11일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과의 면담에서 각국의 기존 정책과 중복되는지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다만 CBAM이 초안대로 강력하게 추진될지는 미지수라는 전망도 나온다. 수입품을 동종 국산품과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내국민대우 원칙에 어긋날 소지가 있어서다. 미국 등 주요국도 탄소국경세가 사실상 보호무역 조치로 쓰일 수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EU 내에서도 독일 등 수출 중심인 회원국은 상대국의 보복 조치를 우려해 CBAM에 소극적인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 탄소국경세

유럽연합(EU)이 도입 예정인 탄소국경조정제도나 관세를 가리킨다. 영어로는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EU는 EU 제품보다 탄소를 더 많이 배출한 수입품에 일종의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이 법안의 초안은 오는 14일 공개된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지만 무역장벽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이지현/강진규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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