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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장기 약세를 지속함에 따라 세수부족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됐던 유류세가 다시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1년 넘게 국제유가가 흘러내리며 더 이상 유류세 인하 명분이 사라져 세수 확보를 위해서도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종료할 것이라는 전망이 점차 대두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21년 11월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국민부담을 덜기 위해 유류세를 인하한 바 있다. 인하조치 기한은 오는 8월31일까지다.
국제유가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급락세를 이어가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겹치면서 급등하기 시작, 2022년 상반기 배럴당 120달러(서부텍사스산 원유 기준)를 넘어섰지만 이후 1년 넘게 하락세를 이어가며 최근에는 배럴당 70달러 전후에서 움직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원유 수요가 생각만큼 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1위 석유 소비국인 중국의 경기가 침체 양상을 나타내고 있어서다. 상반기 기대를 모았던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미미한데다, 최근 발표된 중국의 6월 차이신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53.9로 전달(57.1) 보다 3.2 낮았다. 세계는 이제 중국의 경기 침체를 걱정하는 상황이 됐다.
미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 역시 유가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준금리를 더 올리게 되면 미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고 이는 원유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러시아가 뒷길로 팔아넘긴 원유도 국제유가를 끌어내리는 요소다. 러시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러-우 전쟁)으로 유럽연합(EU)과 미국 등에 제재를 받으며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지로 원유를 마구잡이로 판매하고 있다. 원자재 데이터 제공업체 케플러에 따르면 러-우 전쟁 이전 보다 러시아산 원유 수입비중이 중국 8.8→14%, 인도 3→40% 등으로 급증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사우디아라비아보다 원유수출이 많다는 분석도 나올 정도다. 사정이 이렇자 사우디아라비아를 필두로 일부 주요산유국모임(OPEC+)이 아무리 감산을 지속해도 국제유가에 미치는 효과가 미미한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자 가뜩이나 세수 부족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종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올해 1~5월까지 실질적인 세수 감소분을 26조2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6월 이후 지난해와 같이 세금이 걷힌다고 해도 올해 41조원이 더 부족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어서다. 여기에 최근 종합부동산세를 공정화할 목적으로 공정시장가액비율도 60%로 동결해 세수 부족 압박이 더해졌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이 지난해 축소됐던 유류세와 관련된 여타 세금이다. 정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유류세 인하 조치로 인해 교통‧에너지‧환경세 등 관련 세금 감소분이 5조5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하반기 유류세 인하 조치를 되돌린다면 적으나마 세수 확보에 도움 줄 것으로 예상된다.
유류세 관련 논의는 이미 지난달 30일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도 언급됐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유류세 인하는 8월에 종료로 돼있고 이후는 결정된 바 없다”며 “유가 흐름이 어떻게 될지, 국민 부담 등 다양하게 검토해서 향후 종료시점에 맞춰서 결정할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원유 시장은 공급보다 수요의 영향이 큰 탓에 OPEC+ 감산 연장, 사우디아라비아 추가 감산 발표 등의 공급 감소에도 유가는 요지부동이었다”며 “중국 부양책 실행에 따른 수요 회복과 미국 금리인상 중단에 따른 시장심리 회복이 동반돼야 유가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