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조기 은퇴를 꿈꾸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 암호화폐나 성장주에 베팅해 큰돈을 번 사람들이다. 하지만 꼭 이렇게 변동성이 큰 자산에 투자해야만 ‘파이어(FIRE·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족’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401k 계좌에 투자해 백만장자가 된 사례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피델리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이 회사 고객 중 401k 계좌 잔액이 100만달러 이상으로 불어난 투자자는 44만2000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 사이에서 ‘401k 밀리어네어’를 목표로 노하우를 공유하거나 그 과정을 SNS에 올리는 것이 유행하게 된 배경이다. Z세대(1997~2012년생) 투자자의 53%가 지난해 401k 퇴직연금에 납부하는 기여금 비중을 전년 대비 늘렸다. 지금 더 많은 자금을 아껴 퇴직연금에 부을수록 ‘연금 100만장자’의 꿈에도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운용사들도 MZ세대 잡기에 나섰다. 뱅가드는 올해 2070년 퇴직 예정자를 대상으로 한 타깃데이트펀드(TDF)를 출시했다. 앞으로 48년 이상 일할 예정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한 상품이다. TDF 상품 뒤에는 투자자가 은퇴를 계획하는 연도를 뜻하는 숫자가 붙어 있다. 은퇴 시점에서 멀수록 주식 비중을 높게 가져간다. 은퇴 시점이 다가올수록 채권 비중을 높이며 자산 배분이 이뤄진다.
‘뱅가드 타깃 리타이어먼트 2070’은 투자 시작 시점에 주식 비중을 90%로 가져간다. 뱅가드는 상장지수펀드(ETF)를 TDF에 편입해 보수를 낮추는 방식으로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하고 있다. 이 상품의 운용보수는 0.08%로, TDF 평균 보수의 5분의 1 수준이다.
퇴직연금을 통해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길도 열리게 됐다. 피델리티는 401k 퇴직연금 계좌에서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피델리티 직장 디지털자산 계좌’를 출시할 예정이다. 공격적인 투자 성향의 밀레니얼세대를 겨냥하기 위해서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이 계좌를 도입하는 첫 번째 고객사가 될 예정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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