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노후를 책임지는 연기금 및 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CIO) 자리에 삼성생명 출신 인사가 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장기적인 안목과 해외 투자 경험이 갈수록 중요해지면서 오랜 경험과 전문성을 지닌 삼성생명이 사관학교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공무원연금공단은 19일 신임 자금운용단장(CIO)으로 백주현 삼성생명 전 자산신사업파트 파트장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삼성생명 뉴욕법인에 근무하며 해외 투자 경험을 쌓은 백 신임 단장은 다음 달부터 8조원을 웃도는 공무원 노후 자산 운용을 총괄할 예정이다. 전임 서원주 CIO에 이어 두 차례 연속 삼성생명 출신 영입이다.
지난 3월 말 현재 235조원(특별계정 제외)에 달하는 자산을 운용하는 삼성생명은 매년 다수의 자사 출신 인재를 주요 금융투자회사 CIO로 배출해왔다. 한국의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의 박대양 투자운용본부장(CIO)도 삼성생명 출신이다. 1987년 입사해 10여 년 동안 근무하다가 알리안츠생명보험, 사학연금 등을 거치며 해외 투자 전문성을 쌓았다. 이상희 군인공제회 부이사장(CIO)은 1989년부터 2014년까지 25년간 삼성생명에 몸담았다. 전략투자부와 주식투자부, 뉴욕 투자법인 등을 거친 노후 자산운용 전문가다. 이규홍 사학연금 자금운용관리단장(CIO)도 과거 삼성생명에서 운용역으로 근무했다.
박천석 새마을금고중앙회 자금운용부문장(CIO)은 1995년 삼성생명 입사로 금융산업에 발을 들였다. 지난 2월 취임한 허장 행정공제회 CIO는 증권사 주식 운용 전문가로 출발한 뒤 삼성생명 증권사업부장을 지냈다. 지난 2월까지 건설근로자공제회 자산운용본부장(CIO)을 맡았던 이위환 씨도 삼성생명에서 주식투자부장을 맡았다.
금융투자업계에선 해외 투자를 선도해온 국내 대표 금융회사로서 오랜 기간 축적한 경험이 운용역들의 안정적인 자산관리 역량을 키웠다고 평가한다. 운용 대상 자산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시야를 넓혀야 했던 삼성생명은 1986년 미국 뉴욕을 시작으로 영국 런던 등지에 투자법인을 세워 다양한 상품에 투자해 왔다.
부동산 투자에서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일찌감치 부동산 투자에 나서면서 개발부터 운영, 매매까지 전 과정을 수행하는 운용 조직을 양성해왔다. 2012년엔 전문 운용사인 삼성SRA자산운용을 설립해 전문성 강화에 힘쓰고 있다.
한 삼성생명 출신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 임원은 “기본적으로 부동산은 50년 이상의 안목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게 고(故) 이건희 회장의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백화점업의 본질은 부동산업’이라고 강조한 이 회장의 일화를 상기하며 “단기 가격 변동에 연연하지 않는 투자 철학이 금융투자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고 전했다.
다양한 대체 자산 투자 경험 덕분에 최근 고성장하는 프라이빗에쿼티(PE) 시장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정한설 캑터스PE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생명에 입사해 쌓은 해외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2018년 7월 PE 운용사를 세웠다. 이상훈 IMM PE 리스크관리본부장(CRO)도 삼성생명 출신으로 운용 전반의 위험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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