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올해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신호를 줬지만 비현실적으로 들린다. 경기 둔화를 의식해 결국 인상 속도를 늦춰야 할 것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장 보뱅 투자연구소장(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전망했다. 그는 운용자산(AUM)만 10조100억달러에 달하는 블랙록의 연구활동을 총괄하고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책임자다.
보뱅 소장은 “Fed가 더 이상 부양책이 필요하지 않다고 밝힌 건 환영할 만한 조치”라면서도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감안할 때 지나치게 과도한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태도를 보인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밝힌 만큼 빠른 속도로 긴축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수차례 50bp(1bp=0.01%포인트)씩 금리를 높일 것이란 상당수 월스트리트 분석가들과도 다른 견해다.
보뱅 소장은 오는 5월 대차대조표 축소 시점과 맞물려 미 재무부 채권 금리가 큰 폭으로 뛸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금리 인상과 양적긴축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장기 금리가 더 빠르게 상승할 것”이라며 “채권 수익률 곡선이 평탄화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가팔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침체의 전조로 여겨지는 장·단기 채권 금리의 역전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미국 경제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견해를 밝혔다. 보뱅 소장은 “미국이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무엇보다 팬데믹 이후 경제활동 재개가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서비스 부문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바꿔 말하면 경제의 추가 성장 여지가 많이 남아 있다는 의미다. 보뱅 소장은 “글로벌 에너지 공급난이 확산하고 있는 만큼 어느 정도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미국 경제는 기본적으로 충격에 대비돼 있다”며 “불황을 유발할 만한 유일한 시나리오는 Fed의 과도한 긴축에도 물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달리 유럽에선 스태그플레이션이 점차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추가로 낮출 것이란 게 보뱅 소장의 예상이다. ECB가 연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반반으로 봤다.
보뱅 소장은 “올해 뉴욕증시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연말로 갈수록 주식 수익률이 개선되고 반대로 채권 수익률은 나빠질 것”으로 예측했다. 공급망 혼란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Fed의 금리 정상화 사이에서 변동성은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 투자자들은 어떤 산업과 업종에 투자하는 게 좋을까. 보뱅 소장은 기후 변화 관련 종목을 첫손에 꼽았다. 그는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등이 끊기면서 대체 자원에 대한 관심이 환기됐다”며 “재생에너지 등 관련 업종이 더 큰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이 올해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보고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며 “다만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급증에 따라 몇 주간은 크게 출렁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 장 보뱅 소장은…
△캐나다중앙은행 부총재
△캐나다 재무부 차관보
△G7·G20·금융안정위원회 캐나다 대표
△미 컬럼비아대 비즈니스스쿨 교수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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