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진유진 기자] 다국적 광산 기업 리오 틴토(Rio Tinto)와 스위스 광산 기업 글렌코어(Glencore)가 10년 만에 합병 논의를 재개했다. 이번 거래가 성사될 경우 세계 광산업 판도가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되며,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리오 틴토와 글렌코어는 최근 합병을 위한 초기 협상을 진행했다. 이번 거래가 성사된다면 광산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빅딜이 탄생할 전망이다. 다만, 논의가 여전히 진행 중인지는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리오 틴토는 세계 2위 광산 업체로, 16일 기준 시가총액이 1030억 달러(약 150조원)에 달한다. 글렌코어는 500억 달러(약 73조원) 규모로 평가받고 있다. 양사 간 합병이 성사되면 총 1260억 달러(약 184조원) 규모의 원자재 공룡 기업이 탄생하며 현재 업계 1위인 BHP 그룹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리오 틴토와 글렌코어의 합병은 거대 구리 광산 지분과 세계 최대 원자재 트레이딩 네트워크 확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할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리오 틴토가 10년 넘게 관심을 가져온 칠레 콜라후아시 광산의 지분 확보는 이번 합병 핵심 동력 중 하나다.
글렌코어는 광산업계에서 가장 공격적인 인수합병 전략을 펼쳐온 기업으로 평가된다. 앞서 지난 2014년에도 리오 틴토와의 합병을 제안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당시 합병을 주도했던 이반 글라센버그 전 최고경영자(CEO)는 현재도 글렌코어의 주요 주주로, 지분 약 10%를 보유하고 있다.
글렌코어는 지난 2023년 캐나다 광산 기업 텍 리소스(Teck Resources) 인수에 실패했지만, 대신 석탄 사업부 인수를 성사시키며 성장 동력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는 이번 리오 틴토와의 합병 논의에서도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리오 틴토는 과거 석탄 사업에서 철수한 만큼 석탄 자산 보유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존재한다. 특히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을 강조하는 리오 틴토가 석탄 사업과의 재결합을 얼마나 수용할지는 불확실하다.
최근 글로벌 광산업은 세계 탈탄소화 흐름에 따라 구리 등 핵심 금속 수요가 급증하며 변화를 겪고 있다. 리오 틴토와 글렌코어는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의 구리 광산을 소유하고 있어 합병이 이뤄진다면 시장 재편을 가속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리오 틴토는 여전히 철광석 의존도가 높아 중국 건설 경기 둔화와 철광석 시장 약세 등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반면 글렌코어는 석탄과 금속, 석유 등 다양한 원자재를 거래하며 광산업 외에도 세계 최대 상품 트레이딩 네트워크를 구축한 강점을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