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전면에 내세워 성과를 내고 있는 스타트업들이 늘고 있다. 벤처캐피털(VC) 중에는 ESG 기업에 대한 투자 성공 사례도 나오고 있다. 국내 ESG 스타트업의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친환경 세제를 만드는 ‘동구밭’의 지난해 매출은 6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0% 증가했다. 2016년 설립된 동구밭은 텃밭에서 나온 수확물로 천연 세제와 비누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2017년 세제 속 미세 플라스틱 검출 문제가 불거지며 동구밭 상품들이 조명받기 시작했다. 발달장애인을 고용해 제품을 생산하면서 ESG 활동에 적극적인 기업과의 B2B(기업 간 거래) 계약이 잇따르자 매출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노순호 대표는 “ESG 흐름이 강해지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들의 사업성도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음성을 문자로 전환해 청각장애인의 소통을 도와주는 소프트웨어 ‘소보로’를 개발한 스타트업 ‘소리를 보는 통로’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소보로를 PC나 노트북에 설치하면 기기에 입력되는 모든 소리를 문자로 전환해준다. 2018년 정식 출시한 뒤 장애인 복지에 힘쓰는 민간기업, 공공기관 등 450여 곳에 소보로를 제공했다.
‘지구인컴퍼니’는 2017년에 설립된 식품 스타트업이다. 상품성이 떨어져 폐기된 작물들로 대체육, 피클, 통조림 등 가공식품을 만들고 있다. 대체육이 인기를 끌며 지구인컴퍼니 매출은 매년 10%가량 늘고 있다. 2019년엔 45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ESG 스타트업에 투자해 수익 목표를 달성한 투자자도 나오고 있다. ESG 스타트업을 위주로 투자하는 VC 소풍벤처스는 2018년 4월 폐기음식을 할인된 값에 판매하는 플랫폼 ‘라스트오더’ 운영사 미로에 투자했다. 2019년 지분을 부분 회수하면서 1년 만에 투자금의 20배를 벌었다. 소풍벤처스는 2013년엔 창작자 지원을 전문으로 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에 투자한 뒤 지난해 전체 지분을 매각해 19배의 차익을 얻었다.
벤처업계에선 국내 ESG 스타트업 생태계가 선순환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소풍벤처스 관계자는 “ESG 개념이 유행하기 전부터 임팩트 투자와 소셜벤처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다”며 “그 결실이 투자 수익으로 나타나고, 또 다른 투자로 이어지면서 지속가능한 생태계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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