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삼성전자가 오는 12일 중국에서 5나노미터(㎚·10억분의1m) 공정으로 개발한 ‘엑시노스 1080’ 신제품 발표 행사를 연다. 중국 상하이에서 엑시노스 1080이 전격 공개될 예정이며, 해당 제품은 중저가 모바일 AP인 엑시노스 980의 후속작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이례적으로 중국에서 신제품 행사까지 열며 모바일 AP를 공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 가지 키워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출처=갈무리
중국 시장 접근
삼성전자는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 연장선에서 생산 라인을 속속 걷어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스마트폰 제조 라인업이 동남아시아로 나갔고, 쑤저우 공장의 PC 조립·생산활동도 둥단했다.
쑤저우 공장은 지난 2002년 설립됐다. 2012년을 기준으로 직원 수 6500명, 중국 외 지역 수출 규모 43억달러(5조1000억원) 등 역량을 갖췄었다. 그러나 중국 외 수출 규모가 2018년 10억달러(1조2000억원)로 축소되는 등 주춤거리며 결국 문을 닫고 말았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존재감은 거의 사라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중국 시장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퇴출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엑시노스 1080 발표에 따라 삼성전자의 중국 접근은 여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B2C가 아닌 B2B 전략이 강하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삼성전자의 모바일 AP를 다수의 중국 제조사들이 활용하는 장면에 시선이 집중된다. 자체 모바일 AP를 제작하는 화웨이가 존재함에도 비보와 오포 등이 삼성전자를 택한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압박에 시달리는 화웨이의 공백을 비보와 오포 등이 메우려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그들에게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결국 엑시노스 1080의 중국 시장 공개는 삼성전자가 여전히 중국 시장에 큰 비중을 두고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한편 삼성전자가 중국에 대한 전혀 다른 접근법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도 새삼 확인됐다. 미중 갈등이 첨예하게 벌어지는 한편 화웨이가 크게 주춤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1080을 통해 '중국 시장을 포기한 것이 아닌, 중국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삼성이 레이쥔에 보낸 웨이퍼 기념품. 출처=갈무리
B2B 접근법
삼성전자의 중국에 대한 핵심 접근법은 바로 B2B이다.
당장 스마트폰의 경우 삼성전자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무시해도 좋을 수준이지만, 지난해부터 삼성전자는 오포와 비보 및 샤오미 등에 이미지 센서와 칩셋 등을 공급하고 있다. 철저한 B2B 접근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샤오미는 지난해 8월 출시한 홍미노트 8(Redmi Note 8) 제품에 삼성전자의 6400만 화소 아이소셀 브라이트(ISOCELL Bright) GW1 센서를 탑재한 바 있다. 이어서 올해 삼성전자의 1억800만 화소 아이소셀 브라이트(ISOCELL Bright) HMX를 장착한 5G 플래그십 스마트폰 미 10 프로(Mi 10 Pro)를 선보이며 변함없는 동맹관계를 강조했다.
그 연장선에서 레이쥔 샤오미 CEO는 지난 9일 중국 최대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인 웨이보를 통해 삼성전자로부터 선물 받은 웨이퍼 조형물을 공개하기도 했다. 또 샤오미(Mi10e)에도 엑시노스990이 들어간다.
한편 삼성전자는 현지 스마트폰 제조사들과 OEM 전략도 적극 구사하고 있다. 결국 삼성전자는 눈에 보이는 중국에서의 직접적인 B2C에서 멀어졌으나, B2B 영역에서 활동하며 '확실한 이익'을 챙기는 전략을 보여주는 셈이다. 이러한 전략적 접근법이 엑시노스 1080을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중국 B2B 파트너들 입장에서도 당장 자신들의 B2C 시장을 침해하지 않는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출처=삼성전자
시스템 전략
삼성전자의 엑시노스는 최근 자사의 스마트폰 탑재에서도 밀린 바 있다. 퀄컴 모바일 AP와 엑시노스의 프리미엄 갤럭시 스마트폰 탑재 비율이 5대5 수준에서 8대2로 밀린 가운데, 최근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엑시노스가 아예 탑재되지 않는 일까지 벌어졌다.
퀄컴의 파운드리 수주를 받기위해 삼성전자 (KS:005930) 엑시노스가 전략적 후퇴를 결정했다는 분석까지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엑시노스를 포기하지 않았다. 연구팀을 해체하는 초강수를 통해 자체 개발한 몽구스 CPU(중앙처리장치)를 버리고 ARM의 CPU 코어를 탑재하는 한편 ARM의 말리를 AMD GPU로 바꾸는 전략이 가동되는 중이다.
엑시노스 1080 CPU에는 전작 대비 성능이 20% 올라간 ARM의 코어텍스 A78이 유력하고 GPU는 성능이 25% 개선된 말리 G78이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3위 모바일 AP 사업자가 된다는 방침이다. 당장 비보가 내년 1분기 5G 스마트폰 X60에 엑시노스 1080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넓어지는 파트너들의 손을 잡고 시장의 영역을 넓힐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모바일 AP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기준 퀄컴(29%) 미디어텍(26%) 하이실리콘(16%)에 이어 애플과 공동 4위(13%) 점유율을 기록한 바 있다. 여기에 미중 갈등으로 미디어텍의 스텝이 꼬인 가운데, 삼성전자가 그 점유율을 일부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모바일 AP 시장에서 탄력을 받을 경우 지난해 4월 발표된 삼성 반도체 비전 2030에 더욱 강력한 드라이브가 걸릴 전망이다.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에 133조원을 투자하는 한편 1만5000명의 전문인력을 채용하는 것이 골자다.
최근 파운드리 부문도 위력을 발휘한며 승승장구하는 중이다. 여기에 모바일 AP 등 기타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이 강해질 경우 삼성전자는 올해 시스템 반도체에서만 매출 17조원, 영업이익 1조6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