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마이너스 통장’ 전체 사용액에서 20대와 30대 차주가 차지하는 비율이 3년만에 다시 40%를 넘어섰다. 20·30대가 올들어 7월까지 시중은행에서 마이너스 통장으로 끌어쓴 돈이 4조7000억원에 육박하면서다. 주식시장과 주택시장이 동시에 달아오르면서 불안감을 느낀 젊은층이 대거 ‘영끌 빚투(영혼까지 끌어모아 빚을 내서 투자)’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4일 금융감독원이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말 현재 20·30대가 신한 국민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서 신규 개설한 마이너스 통장(한도대출)으로 융통한 자금은 4조6480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에 신규 개설 마이너스 통장의 전체 잔액(11조5732억원)의 40.2%에 해당하는 규모다. 20·30대의 마이너스 통장 사용액 비중은 2018년 이후 줄곧 30%대를 유지해오다 올해 다시 40%를 넘어섰다.
20대들은 올해 마이너스 통장으로 7648억원을 빼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7% 더 많이 대출을 얻었다. 30대의 마이너스 통장 사용액도 3조8832원으로 11.1% 증가했다. 20·30대의 마이너스 통장 사용액 증가율이 두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최근 5년간 처음이다. 50대들의 마이너스 통장 이용액도 많이 늘었지만 20·30대에 못 미치는 9.4%였다.
마이너스 통장으로 자금을 마련하는 20·30대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한도금액 증가세로도 확인할 수 있다. 20·30대가 언제든지 대출을 얻을 수 있게 해놓은 신규 마이너스 통장 한도는 올들어 7월까지 14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 총량에서 20·30대 차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39조3877)의 36.1%였다. 직전 2년간은 35%대에 머물렀다.
마이너스 통장에 의존하는 20·30대 비중이 늘어난 이유는 자산가치가 급속도로 상승한 데 따른 불안감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김상훈 의원은 “집값 상승과 취업난이 이어지고 있다”며 “청년세대로서는 내집마련을 위해 영혼까지 끌어모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급락했던 주식시장이 반등하면서 주식 매입을 마련하기 위해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했다는 목소리도 많다. 금융권 관계자는 “집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곧바로 주택을 매입하기 어렵다고 생각한 젊은층이 주식으로 돈을 벌려고 하고 있다”며 “마이너스 통장을 종잣돈으로 삼으려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게임스 등 상승여력이 클 것으로 평가받는 종목들이 주식시장에 잇달아 상장하면서 공모주 청약 자금을 위해 마이너스 통장을 찾는 수요도 늘었다.
김 의원은 “경기침체가 오래 갈수록 자산과 소득이 상대적으로 적은 청년세대로서는 빚의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며 “선제적 방안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주문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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