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레몬법’이 도입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수입차업체 참여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수입차 판매 1위 메르세데스벤츠를 비롯해 24개 수입차 브랜드 중 한국형 레몬법을 수용한 브랜드는 9곳뿐이다. 해마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수입차업체들이 사후서비스(AS) 품질 향상과 소비자 권리 보호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레몬은 달콤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신맛이 강해 미국에선 ‘하자 있는 상품’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미국은 자동차와 전자제품에 결함이 있을 때 제조사가 교환·환불 등을 하도록 하는 레몬법을 1975년 제정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4개 수입차 브랜드 중 37.5%만 한국형 레몬법을 적용했다고 3일 발표했다. 올 1월 1일부터 시행된 한국형 레몬법은 구매 후 1년 이내에 같은 고장이 반복되면 제조사가 차량을 교환·환불해 주는 제도다. 강제성이 없어 제조사가 계약서에 교환·환불에 대한 내용을 자발적으로 넣지 않으면 효력이 없다. 24개 수입차 브랜드 중 아우디, 벤틀리, 크라이슬러, 포드, 마세라티, 캐딜락, 혼다, 푸조, 벤츠, 포르쉐, 폭스바겐 등 15개 브랜드는 아직까지 차량 교환·환불 제도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완성차업체 중에서는 한국GM을 제외한 현대자동차, 기아차, 르노삼성, 쌍용차 등 4개 업체가 한국형 레몬법을 수용했다. 한국GM도 이달 내 계약서에 차량 교환·환불에 대한 내용을 넣는다는 방침이다.
수입차업계가 판매 확대에만 열을 올리고 AS 투자는 외면하고 있다는 불만도 커지고 있다. 2008년 6만1648대에 그쳤던 국내 수입차 판매량은 지난해 26만705대로 네 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해 말 기준 수입차 누적 등록 대수는 217만 대를 넘어섰다. 수입차 판매량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지만 서비스센터 수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지난해 9월 기준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등록된 수입차 서비스센터는 567곳이다. 서비스센터 한 곳당 3800여 대의 차를 맡고 있는 셈이다.
서비스센터가 부족하다 보니 서비스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보험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주요 수입차 17개 브랜드의 평균 수리 기간은 8.9일에 달했다. 국내 완성차 5개사의 평균 수리 기간은 5일 안팎이다.
■ '한국형 레몬법'
신차 구입 후 1년(주행 거리 2만㎞) 이내에 중대한 하자로 2회(일반 하자는 3회) 이상 수리하고도 증상이 재발하면 제조사에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 자동차관리법에 있는 조항.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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