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은행들은 연립·다세대주택 관련 대출을 내줄 때마다 애를 먹었다. 정확한 시세 정보가 없어 은행이 별도 비용을 들여 감정평가를 받아야 했다. 비정형 부동산(연립·다세대주택) 시세 정보를 제공하는 빅밸류는 이런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 빅데이터를 분석해 비정형 주택의 평균 시세를 알려주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지난해 신한·하나금융지주 등이 총 20억원을 투자한 이 회사는 최근 각 지주 계열 은행들의 시세 정보 시스템에 자사 기술을 적용 중이다.
국내 금융지주 및 은행들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대한 직접 투자를 늘리고 있다. 특히 ‘빅·보·상’(빅데이터·보안·상거래) 분야 업체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지 4
○스타트업 기술로 맞춤형 서비스 개발
국내 6대 은행 또는 은행계열 금융지주가 올해까지 직접 투자한 스타트업은 주로 △빅데이터 △보안·인증 △상거래 등 세 분야로 나뉜다. 우리은행이 투자한 시스메틱은 빅데이터 분야 대표 주자다. 머신러닝(기계가 데이터를 자동으로 학습하는 기술)을 이용해 뉴스와 포털 검색 키워드 등 수백만 건의 데이터를 요약할 수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 기술을 위비뱅크 앱(응용프로그램) 내 검색 키워드 분석에 적용하고 있다”며 “고객이 어떤 정보를 필요로 하는지 파악하고 그 수요에 맞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이 투자한 비주얼캠프는 화면을 보는 시선과 관련한 정보를 빅데이터로 만드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이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비대면 금융 거래가 늘수록 중요해지는 보안·인증 분야도 중요한 테마다. KB금융지주가 10억원을 투자한 플라이하이는 모바일 문서 조회·발급 서비스에 필요한 보안·인증 관련 원천기술을 갖고 있다. 서류 발급·제출 등 번거로운 절차를 줄인 이 시스템은 KB손해보험, 증권, 캐피탈 등 KB금융 계열사 전반에 적용 중이다.
○은행·스타트업 ‘상생’ 시동
거래 방식이나 상품 형태에 따라 특화된 상거래 관련 업체도 주목받고 있다. 농협은행이 투자한 페이플은 온라인으로 결제할 때 간편결제, 계좌정기결제, 비회원결제, 링크결제 등 네 가지 방식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는 ‘올인원’ 결제 서비스를 개발했다. KEB하나은행에서 투자받은 트레이지는 외국인이 국내외 야외활동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투자받은 뒤 매출이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은행과 스타트업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자금이 부족한 스타트업에 경제적 지원을 해주고, 스타트업은 기존 제도권 금융회사가 생각해내지 못한 서비스를 개발해 은행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정부 들어 ‘혁신금융’이 화두로 떠오른 만큼 은행권의 스타트업 직접 투자는 더욱 늘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은행 중소기업 담당 임원은 “과거 은행은 담보 여부만 중시했기 때문에 대출 펀드 등을 통한 간접투자에만 초점을 맞춰왔지만 이제는 다르다”며 “은행에 큰 리스크를 주지 않는 선에서 혁신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직접 투자하려는 움직임이 점점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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