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둥성 옌타이에 있는 두산인프라코어 굴착기 공장은 생산설비를 완전 가동해도 물량을 대기 벅차다. 연간 1만2400여 대의 굴착기를 생산할 수 있는데 작년 판매량은 1만5000대를 넘었다. 모자란 물량은 인천공장 등에서 중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 현대건설기계도 지난해 중국 장쑤공장의 생산 능력을 기존의 세 배인 연 1만2000대로 늘렸다. 국내 건설기계업체들이 시진핑 정부의 일대일로(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따른 건설 붐을 타고 질주하고 있다.
中서 역대 최대 판매
11일 중국공정기계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 굴착기 판매량은 전년(13만559대)보다 41.1% 증가한 18만4190대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1년에 세웠던 종전 기록(17만1894대)과 비교해서도 1만 대 이상 늘었다.
한국 업체의 굴착기 판매량도 크게 증가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작년 중국에서 1만5630대의 굴착기를 팔았다. 2017년(1만851대)과 비교해 44% 늘었다. 시장 점유율 8.5%로 중국 사니, 미국 캐터필러, 중국 XCMG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현대건설기계의 중국 굴착기 판매량도 4013대에서 7234대로 80.3%나 껑충 뛰었다.
중국의 건설기계 수요 급증은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덕분이다. 중국은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육지와 해상에서 신(新)실크로드를 건설하는 구상인 만큼 도로와 철도 항만 등 굵직한 건설 사업이 많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광산 개발 등이 맞물리면서 건설장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판매가격이 높아 수익성이 좋은 대형 굴착기 판매가 늘어난 점도 국내 업계엔 호재다. 작년 중국 내 40t 이상 대형 굴착기 판매량은 전년보다 87.5% 증가해 전체 판매 증가율(41.1%)을 두 배 이상 웃돌았다. 지난해 3분기까지의 영업이익이 7061억원으로 이미 전년 연간 이익(6608억원)을 뛰어넘은 두산인프라코어는 작년 창사 이후 가장 많은 8600억원대의 이익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회사가 광산 채굴용으로 출시한 80t급 초대형 굴착기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건설기계도 작년 영업이익이 2000억원을 넘어서 전년(1378억)보다 4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급 과잉은 악재…“신시장 개척”
작년 판매 증가세가 가팔랐던 만큼 올해 중국 내 굴착기 판매량은 작년보다 5%가량 감소한 17만4000여 대를 기록할 것으로 건설기계업계는 보고 있다. 공급 과잉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따른 내수 침체 우려 역시 부담이다. 중국 정부가 지급준비율을 낮춰 돈줄을 풀겠다고 하는 등 적극적인 내수 활성화 정책에 나서고 있는 만큼 판매 감소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내 업체들은 반제품 판매와 신시장 개척으로 굴착기 판매 감소에 대비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굴착기 본체를 변형해 수직 굴착 작업에 쓰이는 ‘로터리 드릴링 리그’와 광산에서 바위 등을 깨는 ‘리퍼’ 등 특수장비 판매를 늘린다는 목표다. 이 회사는 지난 8일 중국 정위중공과 2500억원 규모의 반제품(굴착기 상부체) 1200대 공급 계약을 맺기도 했다. 현대건설기계는 연말까지 인도 푸네공장 생산 능력을 6000대에서 1만 대로 늘리고, 베트남 하노이에 지사를 세우는 등 신(新)남방 국가 공략에 나섰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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