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이 보호무역에 관한 우려를 나타냈지만 미국과 유럽은 트럼프 시대 ‘무역전쟁 2라운드’를 벌일 태세다. 지난해 4~6월 철강과 알루미늄 등의 품목을 놓고 다툰 것이 1라운드라면, 이번엔 에어버스 보조금 문제를 놓고 공격과 반격에 나서고 있다. 1라운드 때 전쟁 규모가 30억달러 수준이라면 이번엔 112억달러로 네 배 정도로 커졌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EU는 미국이 에어버스 보조금 문제로 EU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곧바로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보복 대상인 미국 제품 명단을 작성했다. 이르면 오는 17일 리스트를 공개할 예정이다.
앞서 미 무역대표부(USTR)는 “세계무역기구(WTO)가 지난해 5월 EU의 에어버스 보조금이 미국 경쟁사에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판정했다”며 EU 제품에 보복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USTR은 에어버스 보조금으로 인해 미 항공기 제작사 보잉과 부품사 등 300개 이상의 미국 기업이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 기업의 피해액이 연간 110억달러가량에 달한다”며 피해액만큼의 EU 제품에 보복관세를 물리기로 했다. 다만 WTO가 올여름께 최종 피해액을 산정하면 그에 맞춰 관세 부과 규모를 조정할 예정이다.
반면 EU는 미국이 주장하는 피해액이 과장됐을 뿐 아니라 미국도 보잉에 보조금을 지급했다고 맞서고 있다. EU는 그동안 “WTO가 지난 3월 미국도 보잉에 지급하는 불법 보조금을 없애지 못했다고 판정했다”고 강조해왔다.
미국과 EU가 ‘13조원짜리 관세전쟁’을 예고하면서 미·EU 무역전쟁이 2라운드로 접어들고 있다. 미국과 EU는 이미 지난해 4월 한 차례 대규모 관세를 주고받았다. 미국이 ‘국가안보에 위협’이라는 이유로 수입 철강에 25%, 수입 알루미늄에 10% 징벌적 관세를 부과한 게 발단이었다. 이에 반발해 EU는 곧장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버번위스키 등 28억유로 상당의 미국 제품에 보복관세를 매겼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대서양 동맹이 흔들린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미국과 EU는 지난해 7월 전격 휴전을 선언하고 무역협상에 들어갔다. 하지만 보잉·에어버스 보조금 문제로 다시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미·EU 간 분쟁의 씨앗은 또 있다. 미 행정부는 2월17일 ‘수입차가 미국의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차를 비롯해 수입차에 최고 25%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U는 유럽 차에 고율관세가 부과되면 보복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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