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미국 실리콘밸리 플러그앤드플레이 본사를 방문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왼쪽)이 사이드 아미디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KB금융 제공
KB금융그룹이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액셀러레이터(스타트업 투자·육성 회사) ‘플러그앤드플레이’와 손잡았다. KB금융이 키우는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서다. 국내 금융지주들이 앞다퉈 스타트업 지원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무대로 진출하기 위한 발판을 선제적으로 확보했다는 평가다.
○“제2의 우버, 페이팔 키운다”
KB금융은 플러그앤드플레이와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 지원과 관련한 전략적 제휴 협약을 체결했다고 31일 발표했다. 플러그앤드플레이는 글로벌 스타트업을 다수 키워낸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액셀러레이터다. 우버, 페이팔, 스카이프, 드롭박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스타트업 시절 이 업체를 거쳐 성장했다. 전 세계 30개국에 지사를 두고 약 300개 대기업, 1100여 개 스타트업과 제휴를 맺고 있다. 지난해까지 전 세계에 직접 투자한 스타트업도 220여 곳에 달한다.
국내 금융지주가 글로벌 액셀러레이터와 손을 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권 전체에서도 현대카드가 테크스타와 제휴한 사례가 전부다. 이번 협약은 지난 4월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미국 실리콘밸리 출장이 계기가 됐다. 윤 회장은 출장 중 플러그앤드플레이 본사를 방문했다. 실리콘밸리의 대표 액셀러레이터인 만큼 KB금융이 키우는 스타트업(KB스타터스)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윤 회장은 이 회사의 스타트업 보육 시설을 둘러봤다. 사이드 아미디 대표로부터 직접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도 들었다. KB금융 관계자는 “윤 회장이 글로벌 액셀러레이터의 체계적인 시설과 프로그램에 감명받았다”며 “플러그앤드플레이 본사 유리벽에 친필로 사인을 남기며 관심을 보인 것이 좋은 인연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후 이 회사가 국내에서 개최한 행사에 KB금융이 참여하는 등 활발한 교류가 이어져 왔다는 설명이다.
○스타트업 해외 진출 발판 될까
KB금융은 향후 플러그앤드플레이의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활용해 스타트업을 전폭 지원할 계획이다. 이 회사의 글로벌 파트너 자격을 얻은 만큼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우선 주요 업종별 핵심 스타트업 리스트를 양사가 공유한다. 플러그앤드플레이의 투자 업체 선정에도 일부 참여할 수 있다. 이 회사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에 KB스타터스 소속 스타트업을 추천할 수 있는 자격도 생긴다. 추천된 업체가 프로그램 대상으로 선정되면 글로벌 기업과 제휴하거나 해외 벤처캐피털(VC)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낼 가능성도 높아진다. 오는 11월 열리는 KB금융의 스타트업 관련 행사에도 이 업체가 파트너 자격으로 방한해 참석하기로 했다.
국내 금융지주 간 스타트업 육성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평가다. KB금융은 현재까지 62개사를 KB스타터스로 선정해 투자·육성하고 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실리콘밸리에서 맺은 작은 인연이 뜻깊은 협약으로 이어졌다”며 “KB스타터스가 글로벌 시장으로 활발히 진출하고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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