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1월01일 (로이터) - 환율이 사흘 연속 하락하면서 연중 최저치(1110.50원)에 4원 차이로 다가섰다.
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개장과 함께 1120원을 하향 돌파한 뒤 장 마감 직전 1114.20원까지 저점을 낮췄다가 전일 대비로 5.90원 낮은 1114.50원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도 이날 환율은 장중 연중 최저치를 찍었던 지난 7월27일(당시 종가 1112.80원)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날 달러/원 환율을 하락시킨 주된 요인은 국내외 증시의 랠리로 대표되는 시장의 `리스크 온` 분위기였다.
밤사이 뉴욕 증시가 소폭 전진한 가운데 이날 국내 증시는 1.3%나 오르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3천억원가량을 순매수했다. 최근 4거래일 연속 큰 폭의 매수 우위를 기록 중이다.
어제 1120원 선으로 밀려났던 환율은 밤사이 역외 거래에서 1110원대로 떨어진 뒤 이날 서울 거래를 맞이했다. 개장 초반에는 1110원대 후반 레벨에서 제한적 하락에 그쳤던 환율은 이후 슬금슬금 낙폭을 늘려나갔다.
달러/엔 환율이 113엔대 후반으로 상승하면서 엔/원 재정환율이 100엔당 980원선으로 추가 하락했고 이로 인해 외환당국에 대한 경계감은 더욱 짙게 조성됐다.
시장참가자들은 장중 외환당국의 움직임이 적극적이지는 않았지만 스무딩 오퍼레이션은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한 외국계은행 딜러는 "레벨마다 비드를 좀 넣어둔 것도 같았는데 코스피나 외국인 주식 매수를 감안하면 당국도 적극적으로 막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외국계은행 딜러는 "개입이 없지는 않았을 텐데 오퍼가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한편, 국제 외환시장에서는 달러/엔 환율이 올랐지만, 원화와 위안화는 달러 대비로 강세를 보이는 등 차별적인 움직임이 나타났다. 유로/달러 환율은 어제와 비슷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 내친김에 연저점도 경신?
환율이 오랜 기간 레인지 하단으로 작용해 왔던 1120원을 뚫고 내려와 연중 최저치를 가시권에 두고 있다. 당장 오늘 밤 역외 거래에서 경신될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있다.
현재 달러/원 환율을 둘러싼 대내외 여건을 감안하면 환율이 연저점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은 높다. 기본적으로 국제 금융시장의 위험자산 랠리가 인상적으로 진행 중인 데다 외국인들의 주식 투자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되면서 달러/원 환율의 하락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여기에다 외환당국의 미온적인 대응도 환율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높여주는 대목이다. 외환당국은 어제와 오늘 스무딩 오퍼레이션에 나선 것으로 추정되지만 연저점을 앞둔 시점을 감안하면 대응이 강하지 않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한 시중은행 딜러는 "주식 자금에다 무역수지까지 감안하면 수급상으로도 환율은 밀릴 수밖에 없다"면서 "달러/원도 그렇지만 엔/원이 계속 밀리는 데도 당국은 강한 개입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외환당국 변수는 시장참가자들이 적극적인 숏 마인드를 갖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 다른 외국계은행 딜러는 "한국은행이 금리까지 올린다고 하는데 당국이 이런 식으로 환율을 계속 밀리게 놔둘 수는 없을 것이다. 당국이 어느 정도 막아주고 나면 연금이나 공기업 수요가 환율을 끌어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시가 1118 고가 1119 저가 1114.2 종가 1114.5
▶ 거래량 : 서울외국환중개 66억8800만 달러
한국자금중개 14억4800만 달러
▶ 2일자 매매기준율 : 1116.8
▶ 외국인 주식매매자금 : 유가증권시장 3060억원 순매수
(이경호 기자; 편집 유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