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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 동호회가 '팰리세이드' 동호회로…"회원수 80만 명 카페 4억에 팔려"

입력: 2018- 12- 19- 오후 07:47
'모닝' 동호회가 '팰리세이드' 동호회로…"회원수 80만 명 카페 4억에 팔려"

“모닝 카페(동호회) 아닌가요?”

기아자동차의 경차 모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네이버 카페에서 활동하던 한모씨(32)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하루아침에 카페 이름이 ‘팰리세이드’로 바뀐 것이다. 카페 게시판도 현대자동차가 지난 11일 선보인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와 관련된 내용으로 모두 바뀌었다. 카페명 변경과 관련된 문의글이 줄지어 올라왔지만 대부분 삭제되고 글을 올린 회원들 중 일부는 카페 활동을 정지당하기도 했다. 이 카페는 이름을 바꾼지 한 달여 만에 팰리세이드의 대표 동호회로 자리 잡았다.

◆유명 자동차 카페 수억원에 팔리기도

회원수가 23만 명에 달하는 다른 팰리세이드 카페도 상황은 비슷하다. 2003년 비디오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동호회로 시작한 이 카페는 전기자동차 동호회를 거쳐 지난 8월 팰리세이드 동호회로 탈바꿈했다. 그간 카페 운영자는 네 번이나 바뀌었다. 역사가 오래된 카페를 사고팔며 회원 수를 불리다보니 올해 출시된 팰리세이드의 동호회 설립일이 2003년인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자동차 동호회가 갈수록 상업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로 네이버 카페에 둥지를 트고 활동하는 자동차 동호회는 차주들이 차량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카페 메인화면과 공지사항 대부분이 광고로 뒤덮였다. 차량용 블랙박스를 판매하거나 자동차 보험상품 등을 소개하는 글이 대부분이다. 자동차 동호회를 운영하는 박모씨(29)는 “카페 운영자는 광고 배너를 걸어주는 대가로 한 달에 10만~30만원을 받고 있다”며 “회원 수가 많은 카페는 광고비로만 월 3000만원 이상을 벌어들인다”고 말했다.

동호회가 ‘돈’이 되면서 카페를 사고파는 일도 늘고 있다. 카페와 블로그 등을 거래하는 한 사이트에는 하루에도 수십 개의 ‘카페 판매글’이 올라온다. 회원 수에 따라 수백만원부터 수천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박씨는 “회원수가 80만 명에 달하는 유명 자동차 카페가 4억원에 팔렸다는 얘기는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했다.

한 사람이 같은 계정으로 테슬라와 티볼리, 코란도 투리스모 등 여러 개의 자동차 동호회를 운영하기도 한다. A차량 동호회를 운영하다가 회원들의 방문 수가 떨어지면 B차량 동호회로 탈바꿈시키는 일은 부지기수다. 카페 성격이 바뀌어도 굳이 탈퇴를 하지 않는 회원들이 더 많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카페 규모가 커지고 ‘몸값’은 오르게 되는 구조다.

◆상업 카페에 밀려난 순수 동호회

순수 동호회는 이 같은 상업적 카페에 밀려 정상적인 활동을 이어가기가 어렵다고 토로한다. 회원을 모집하는 일부터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카페에 가입할 때 가입자 수가 많거나 게시글이 많은 카페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조직적으로 활동하는 상업적 카페에 비해 검색 순위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다.

울며 겨자 먹기로 상업적 카페에 가입하면 광고 이메일과 쪽지가 물밀듯이 쏟아진다. 한 자동차 동호회에서 활동했다는 A씨는 “광고 메시지가 너무 많이 날아온다고 항의글을 올리자 바로 활동정지를 당했다”며 “상업적 카페가 순수 동호회의 활동을 가로막고 있다”고 했다.

네이버 운영약관상 카페를 매매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하지만 네이버는 카페 매매를 입증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사실상 단속에 손을 놓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카페를 거래하는 일이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거래 여부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며 “증거 없이 정황만으로는 처벌을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업계에서는 건전한 동호회 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회원들이 집단지성으로 만든 카페를 운영자가 사유화해선 안 된다”며 “동호회 회원들이 투표를 해 운영자를 내쫓을 수 있는 제도 등 동호회의 지나친 상업화를 막을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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