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Times - [시티타임스=한국일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한국은행이 오는 22일 기준금리 결정과 함께 성장·물가 등 주요 거시경제 지표의 첫 '분기별' 전망을 공개한다. 한은은 이로써 통화정책 투명성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등 주요국과 유사한 수준까지 개선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에도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경우, 해당 분기별 예상치는 향후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실마리로도 해석할 수 있을 전망이다.
15일 한은에 따르면 조사국이 오는 22일 발표하는 '2024년 8월 경제 전망'에는 한은 설립 후 역사상 처음으로 분기별 전망이 포함된다.
지금까지는 매년 4차례(2월, 5월, 8월, 11월) 내는 경제 전망에서 연간, 상·하반기 수치만 공개해 왔다. 그런데 이번부터 분기 단위로 세분화해 숫자를 내놓는 셈이다.
중앙은행이 분기별 전망을 한다는 것은 통화정책 소통에 있어 원래는 대외에 공개하지 않았던 내밀한 정보까지 시장에 내어주겠다는 뜻과 같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예컨대 한은이 이번 전망에서 3분기(6~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전년 동기 대비 몇 %로 발표하는지를 보면, 한은이 현시점에서 8월 물가 상승률을 얼마로 예측하는지를 알 수 있다. 이미 통계청이 6~7월 수치를 발표한 상태라서다.
이후 4분기 전망치까지 보면 한은이 그리는 연말 물가 흐름의 자세한 경우의 수를 세어볼 수 있다.
물론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예측할 때는 금융 안정 상황, 주요국 통화정책 결정 등 여러 요인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또 그간에도 상·하반기 전망치가 제공됐기에 이 같은 유추가 대체로나마 가능했던 것은 맞다.
하지만 한은이 바라보는 성장·물가 경로의 분기별 윤곽이 구체적으로 그려질 경우 시장 관계자들은 한은의 시나리오에 내재한 금리 경로를 거의 월간 단위로 세밀하게 읽어낼 수도 있다. 아울러 반기별 예상치가 분기 단위로 쪼개지면 전망의 투명성이 제고돼 시장이 한은의 정책 방향을 예측하는 수준과 의도 파악 능력이 고도화될 여지가 생긴다.
다만 분기별 전망에는 단점도 있다. 전망과 실제가 크게 어긋날 때 세간에서 비판을 쏟아낼 가능성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한은의 8월 물가 예상치가 실제와 다르거나 기존 시장의 기대와 현격히 차이 날 경우 "한은이 틀렸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이는 중앙은행의 분석·전망 역량을 둘러싼 신뢰성 문제로도 비화할 수 있다.
지난달 금통위 기자 간담회 /뉴스1
결과적으로 한은은 분기별 전망과 함께 관련 소통을 늘리면서, 특히 유연하게 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제 주체들이 한은의 전망치 숫자가 틀렸는지, 맞았는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해당 숫자를 가능케 한 한은의 전제 조건을 이해하고, 해당 조건이 변화하면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예상을 바꿔 경제 행동을 유연하게 적응시켜 나가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돼 국제유가가 한은의 최신 전제치보다 오를 경우, 시장은 이에 따른 물가 파급 효과를 계산해 3~4분기 경로를 한은의 시각에 기초해 조정해 보고 금리 예측을 더욱 합리적으로 바꿀 수 있다.
한은은 이처럼 체계적인 소통과 그에 대한 신뢰가 잘 자리 잡으면 한은 통화정책의 유효성과 파급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 중이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분기별 전망 도입과 관련해 "경제 주체들이 중앙은행 전망의 전제 조건을 보다 잘 이해하게 됨으로써 여건 변화에 따른 정책 변화 방향을 체계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 "통화정책 유효성 제고는 경제 주체들의 올바른 기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분기별 전망은 이 총재가 지속해서 적용 중인 향후 3개월 시계의 '포워드가이던스(정책 방향 사전 예고)'와 함께 제공될 예정이다. 향후 금리 방향과 관련해 시장에 제공되는 힌트가 두 배로 늘어나는 셈이다.
분기별 전망 도입은 이 총재가 임기 초반부터 거론해 온 사안이다. 지난 2022년 10월 당시 이 총재는 한 외부 강연에서 "한은은 (연준처럼) 점도표나 분기별 전망을 내놓고 있지 않다"면서 "예전보다 미래에 대해 조금 더 얘기함으로써 한은의 기술적 역량을 향상하고 싶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