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6월26일 (로이터) - 올해 상반기에 원유 가격과 미달러 가치는 수년래 최악을 성적을 기록하는 한편 글로벌 주식시장은 지난 1988년 아시아 위기에서 회복하며 급등했던 때 이후 최고의 성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개월 간 시장에 나타난 주요 특징은 첫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수조달러 규모의 정부지출 공약을 이행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상했던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가 퇴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유럽의 정치·경제 전망이 개선되며 투자자들이 다시 유럽 대륙으로 몰리고 있다. 신흥국 .MSCIEF 과 유럽증시 .FTEU3 에서 투자수익률은 달러화 기준으로 연초 대비 16~17% 상승했으며, 이에 힘입어 세계 증시도 올해 들어 지금까지 10% 가량 올랐다. (그래픽 참고: http://reut.rs/2sxO66c)
한편 올해 들어 최악의 성과를 내고 있는 투자 대상은 바로 원유다. 원유 가격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공급 축소 노력에도 불구하고 하락세다.
나이지리아 등 일부 산유국의 산유량 증가와 미국의 셰일유 생산 확대로 인해 런던 국제석유거래소(ICE)의 브렌트유 선물 가격 LCOc1 은 올해 들어 20% 가량 하락, 상반기 기준으로 1997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할 전망이다. 현재의 유가 동향은 2014년 하반기에 유가가 50% 폭락했던 당시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반면 주식시장은 6월 초 기술주 투매세와 미국발 경제지표 부진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잘 버티고 있다. 예상보다 저조한 미 경제지표가 물가상승세 둔화를 신호하면서 올해 초 큰 인기를 얻었던 '트럼플레이션'(Trumpflation, 트럼트발 인플레이션) 기대감에 따른 거래가 감소했지만 증시는 여전히 견조한 모습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올해 이미 두 차례나 금리를 인상했지만 주요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 .DXY 는 4.5% 하락했다. 2006년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ABN암로의 디디에르 뒤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범세계적으로 달러 하락에 따라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듀레는 세계 경제의 동시다발적 회복과 더불어 프랑스와 네덜란드 선거에서 반체체 성향의 극우 정당들이 패배한 것도 투심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최근 공개된 지표에 따르면 유로존 소비자들의 경기신뢰도는 16년래 최고 수준에 이르렀으며, 올해 유로존 경제는 10년래 최고인 약 2%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연합(EU) 탈퇴 수순을 밟고 있는 영국에서는 파운드 가치가 유로 대비 3% 하락한 반면 영국 국채 가격은 2.4%, 런던 증시의 FTSE100지수 .FTSE 는 6.4% 각각 상승했다.
신흥국 시장 또한 무역과 성장세 개선의 긍정적 영향을 누리고 있다.
ABN 암로의 뒤레는 "변동성이 낮아지고 자산 간 상관관계가 약화되는 가운데 총체적으로 안정성이 강화될 거란 관측이 늘고 있다"며, "이는 증시에 상승 모멘텀이 형성되는 데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증시 S&P500 지수 .SPX 의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수익률은 10%에 달하지만, 상당수 투자자들은 유럽 증시에 더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여긴다. 로이터의 월간 조사 결과, 글로벌 펀드들은 유로존 주식에 배분한 자산 비중을 9개월래 최대 수준으로 확대했다.
픽텟자산운용의 루카 파올리니 수석 전략가는 "예전에는 유럽에 투자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여럿 있었다. 하지만 이제 유럽은 미국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올리니는 유럽과 신흥국 주식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AML)가 23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1일까지 한 주 동안 미국 주식펀드에서 5주래 최대 규모인 77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편집 최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