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9월5일 (로이터) 박예나 기자 - 미국의 8월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했지만 세계 금융시장은 이에 대한 일방적인 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이에 서울 외환시장 참가자들도 향후 분위기를 좀더 지켜보자는 반응을 보이며 당분간 환율이 적극적인 방향성을 보일 것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있다.
예상을 밑돈 미국 고용지표 발표 이후 뉴욕 증시는 그 내용에 안심하며 상승했지만 통상 증시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달러와 장기물 국채 가격도 함께 올랐다.
미 노동부는 지난달 비농업부문 일자리는 제조업과 건설부문 일자리가 줄면서 전체적으로 15만1000개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이는 18만개 증가를 내다봤던 시장 전망을 하회하는 결과였다.
하지만 8월 실업률은 그대로 4.9%로 유지돼 실업률을 일정하게 유지하는데 필요한 신규고용은 이루어졌다는 긍정적인 해석을 낳았다. 한편 7월 고용 수치는 27만5000개 증가로 상향조정되기도 했다.
▲ 분분한 해석..방향 제시 어려워
삼성증권은 8월 고용지표를 근거로 연준의 금리 인상 시점 전망을 기존 12월에서 9월로 수정했다.
삼성증권의 허진욱 이코노미스트는 "전반적인 8월 고용 동향이 완전고용 근접이라는 연준의 기존 판단에 부합하고, 브렉시트 충격에도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정세와 미국 금융여건의 완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또한 미국의 경기모멘텀이 상반기 대비 큰 폭의 개선 추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망 수정에 대한 배경을 제시했다.
대신증권의 박형중 이코노미스트는 "8월 고용 보고서가 예상보다는 부진했지만 연준의 금리인상을 저해할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면서 "기준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경기 흐름인데도 연준이 금리 인상에 더 강한 확신을 줄만한 지표를 확인하기 위해 12월까지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에 선 해석도 만만치 않다.
로이터가 고용지표 발표 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이달 20-21일 정책회의에서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미 국채 프라이머리딜러들은 35%라고 답했고 연말까지 인상 가능성은 63%로 제시해 연준의 연내 한 차례 금리 인상에 무게를 실었다.
동부증권의 장화탁 연구원은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을 비롯해서 연준은 일정수준의 실업률을 유지하기 위해 7.5~15만명의 신규고용을 가이던스로 제시했다"면서도 "시장의 컨센서스와 미국 대선이라는 정치일정을 무시하고 9월에 당장 금리를 인상하기는 부담스럽다"면서 9월 금리인상 신호에 이은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제시했다.
▲ 외환딜러들, 레인지 장세 접근
8월 미국 고용 결과가 예상을 밑돌 경우 서울 외환시장참가자들은 대체적으로 환율의 과격한 하락을 전망해왔었다.
물론 일차적인 반응은 1110원 아래로 고꾸라졌지만, 결국 1110원 후반대로 재반등했다. 달러에 대해 강세를 보였던 주요 통화들이 일제히 이같은 흐름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외환딜러들은 9월 연준회의가 있을 20-21일전까지 달러/원 환율이 레인지 장세를 나타낼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달러 방향성을 전망하고 선제적 포지션 베팅을 할 시점은 아니라는 의미다.
한 은행의 외환딜러는 "결과에 대한 해석이 애매하다. 이에 환율은 최근의 무거운 흐름에서는 벗어나지 않겠지만 하단에 대한 지지력도 함께 확인할 듯 하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의 외환딜러는 "연준 회의 이전까지는 환율이 1100에서 1130원 사이의 레인지 장세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환율 상단으로 제시한 1130원은 역내 수급에 의해, 하단 1100원은 당국에 의해 강하게 막혀왔던 레벨로 시장이 지목해온 강력한 지지력과 저항선이다.
또 다른 은행의 외환딜러는 "역외나 수급상 일방적인 힘의 쏠림은 없을 것으로 본다. 환율은 단기 횡보장을 진입한 뒤 당분간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편집 유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