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근로자 지위 향상을 위해 대주주 소유 주식 30만 주를 우리사주조합에 무상 증여.’
지난 21일 한 코스닥기업의 공시가 화제를 모았다. 대주주가 자기 주식 일부를 직원에게 나눠준다는 내용으로 시가(26일 종가 3만6700원) 기준으로 110억원어치에 달한다. 대주주가 무상으로 100억원어치 넘는 주식을 직원에게 쾌척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김철웅 에코마케팅 대표다. 김 대표는 2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더 깜짝 놀랄 만한 ‘통 큰 쾌척’ 계획을 밝혔다. “내후년까지 우리사주에 전체 주식(1619만 주)의 10% 수준을 주겠다”는 것이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600억원에 이르는 규모다.
김 대표는 “단순히 주식을 증여하는 게 아니라 훨씬 더 높은 성장을 위해 인재에게 베팅하는 것”이라며 “임직원에게 투자하는 것 이상의 ROI(투자자본수익률)가 높은 투자처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에코마케팅은 디지털마케팅 대행 전문업체로 임직원이 170여 명에 불과하다. 코스닥시장에 기업공개(IPO)한 지 3년도 채 되지 않았다. 과거에도 한미사이언스 등 대주주가 임직원에게 증여한 사례가 있었지만 중소기업에서 이 같은 통 큰 증여 사례는 찾기 어렵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급여나 인센티브를 줬지만 이는 ‘현재 성과’에 대한 보상이어서 충분하지 않았다”며 “회사에 청춘을 바치고 있는 임직원의 미래를 보상해줘야 회사도 같이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IPO에 성공한 2016년부터 임직원에게 주식을 증여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했고, 이듬해부터 대리급 이상(70여 명)에게 증여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우리사주에 30만 주를 추가로 증여했다. 연말에는 신입사원에게 10만 주를 증여할 계획이다. 김 대표의 보유 지분은 50.43%로 줄었다. 직원들은 우리사주로 주식을 받으면 증여세 면제 혜택을 본다. 다만 직원들은 5년 보호예수 기간 동안 퇴사하면 증여받을 기회를 놓친다.
김 대표의 통 큰 증여는 독특한 사업구조 및 업무 방식과 맞닿아 있다. 에코마케팅은 ‘광고주의 매출 극대화’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마케팅을 지원하는 ‘퍼포먼스 마케팅’이란 개념을 처음 도입한 기업이다. 광고 성과를 기반으로 수익을 올린다는 점에서 경쟁 업체와 차별되는 만큼 ‘인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 대표는 신입사원을 키우는 데 올인한다. 경력직은 뽑지 않는다. 에코마케팅 직원 평균 연령은 26세에 불과하다. 김 대표는 “에코마케팅은 공장이 아니라 사람이 기반인데 임직원이 각 분야의 전문성을 습득하고 제대로 자기 일처럼 몰입해야 성과를 낸다”고 말했다. 은행원 출신인 김 대표는 성과를 위해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조성했다.
임직원들은 성과로 보답하고 있다. 에코마케팅은 상장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매출은 상장 원년인 2016년 166억원에서 지난해 621억원으로 급증했다. 이 기간 순이익도 67억원에서 160억원으로 뛰었다. 올해는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1분기에만 매출 240억원, 순이익 91억원을 거뒀다. 김 대표는 “에코마케팅은 ‘기업의 병원이 되자’라는 사명을 갖고 창업했다”며 “광고 고객을 400곳 수준에서 100곳 이하로 줄이고 마케팅 성과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임직원 역량을 집중했더니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손이익은 회사가 발표한 수치 이상이다. 현행 국제회계기준(IFRS) 규정상 대주주의 우리사주 주식 증여를 회사 영업비용(주식기준 보상비용)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대주주 개인 자산의 증여일 뿐이지만 재무제표상에는 ‘마이너스(-)’로 표시돼 순이익이 증여금액만큼 차감된다. 감가상각비처럼 보호예수 기간인 5년 동안 나눠 차등된다. 대주주가 100억원 규모 주식을 증여했다면 5년 동안 20억원씩 순이익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임직원 주식 증여가 표면적으로나마 회사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2018년 증여 규모를 잠시 줄였다”며 “하지만 회사의 유일하고도 가장 중요한 자산은 바로 고객을 위해 헌신하는 임직원이라고 판단해 증여 규모를 다시 늘렸다”고 말했다.
조진형/김동현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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