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고심하는 가운데 20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물건을 구매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전주 대비 판매량은 늘었지만 사재기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지난 11일부터 1000명 안팎으로 치솟으며 하루 신규 확진자 최다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지만 주요 유통업계 현장은 의외로 차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재기를 위한 긴 줄도 없었고, 품절사태도 일어나지 않았다. 온·오프라인에서 이 기간 매출 증가율은 전주 대비 두 자릿수에 그쳤다. 일시적 물류 대란이 벌어지고 주요 생필품 매출 증가율이 100%를 넘던 ‘신천지발(發) 확산’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평가다.
전국에 모세혈관처럼 뻗어있는 24시간 편의점과 주요 유통업체의 온라인 배송 서비스, 음식배달 앱 등이 시너지를 내며 어떤 위기가 닥쳐도 ‘먹는 문제에 관한 불안’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대한민국을 ‘사재기 청정지역’으로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단계 격상 우려에도 사재기 ‘제로’주요 편의점과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 등 주요 유통업체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1주일간 사재기 조짐은 없었다. 대형마트의 이 기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대 증가하는 데 그쳤다. 롯데마트는 13.2%, 이마트는 19.8% 늘었다.
온라인 신선식품 새벽배송업체 마켓컬리의 매출은 전주 대비 17% 증가했다. 이마트 온라인몰인 쓱닷컴의 새벽배송 매출 증가율도 전주 대비 약 21%였다. 롯데마트의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인 롯데온의 매출 증가율은 28.9%였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온라인 신선식품 쇼핑이 일과처럼 자리 잡으면서 3단계 격상 예고에도 눈에 띄는 매출 증가는 없었다”며 “재택근무가 확대되면서 1인당 주문액은 소폭 늘었다”고 말했다.
채널별 매출 증가율 상위 5개 품목도 사재기와는 거리가 먼 품목이 많았다. 이마트에서는 축산물이 26.2%로 가장 높았고 양곡(24.1%) 채소(21%) 과자(17.2%)가 뒤를 이었다. 롯데마트에서도 과일 채소 축산 수산 순이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두드러지게 매출이 늘어난 부문이 없어 사실상 사재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며 “재택근무 등이 늘면서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식품 위주로 소폭 증가한 정도”라고 말했다. ○마트·온라인 대신 편의점으로3단계 거리두기 예고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유통채널은 편의점이었다. 온라인 주문과 배송이 당일 또는 하루 안에 이뤄지는 데다 장거리 외출을 꺼리는 사람이 늘면서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구매하는 패턴이 자리 잡았다. 매출 증가율이 높은 품목은 가공식품이 아니라 신선식품에 집중됐다. 비상시 이용하던 편의점에서 본격적인 장보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GS25에서 전주 대비 매출 증가율이 가장 높은 품목은 과일과 채소(47.7%)였다. 축산물과 수산물(31.9%), 휴지 등 생활용품(29.6%), 조미양념류(28.5%) 등이 뒤를 이었다. CU에서도 전주 대비 가장 많이 팔린 품목은 온라인으로 주문할 수 없는 와인(21.2%)이었다. 밀가루와 튀김가루, 쌀과 잡곡, 양주 등이 뒤를 이었다. ○미용실 치과 피부과만 ‘반짝 특수’미용실과 치과 피부과 등은 1주일간 반짝 특수를 누렸다. 서울 마포구의 J미용실 관계자는 “뉴스를 통해 거리두기가 3단계로 올라갈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족이 함께 방문하는 단체 손님이 증가했고, 최대한 짧게 머리를 잘라 달라는 손님도 늘었다”며 “코로나19 이후 가장 바쁜 1주일을 보냈다”고 말했다. 피부과 치과 정형외과 등 미뤄뒀던 시술을 받는 사람도 늘었다. 연간 1회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치과 스케일링에 사람이 몰렸고, 연내 소진해야 하는 선불 회원제 서비스에 예약자가 집중됐다. 주요 약국도 감기약 등 비상약을 구비해 두려는 사람들로 주말 내내 붐볐다.
김보라/노유정/박종필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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