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계열의 에어서울은 지난 26일 전체 12개 노선 중 10개를 3월부터 운항하지 않기로 했다. 단독 노선인 인천~다카마쓰와 국내선 한 개를 제외하고 모든 노선을 닫았다. 3월부터 객실승무원, 운항승무원, 사무직 등 전체 직원 450여 명을 대상으로 1개월 휴직을 시행하기로 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지난해 한·일 관계 악화로 일본 노선을 줄인 데 이어 중국·동남아시아 하늘길도 끊기면서 어디로도 비행기를 띄우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LCC 국제선 119개 끊겨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월 넷째주 LCC들의 중국 노선 운항 횟수는 코로나19 발병 초기(1월 셋째주)보다 95% 급감했다. 마카오·홍콩 노선을 오가는 횟수도 각각 90%, 66%가량 줄었다. 일본·동남아 하늘길도 줄줄이 끊겼다. 이날 기준 항공사들이 운항 중단을 선언한 국제선만 119개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공항에 비행기를 세워둘 공간이 없을 정도”라며 “‘울며 겨자 먹기’로 빈 항공기를 띄우는 항공사도 있다”고 전했다.
비행기는 남아도는데, 비용은 더 늘어났다. 비행기를 세워두려면 인천공항공사에 주기료(자동차의 주차료에 해당)를 내야 한다. LCC들이 중·단거리 노선에 투입하는 보잉의 B737 한 대를 24시간 세워놓을 경우 45만원을 내야 한다. 여기에 비행기 리스료, 항공유 관세, 사무실 임차료 등 고정비도 꾸준히 나간다. B737의 월평균 리스료는 약 30만달러(약 3억6000만원)다. B737 10대를 한 달 동안 세워두면 주기료까지 매달 37억원 이상을 내야 하는 셈이다.
경영난에 직면한 항공사들은 인건비라도 줄이기 위해 일제히 무급 휴직, 임금 삭감에 나섰다. 대한항공 자회사인 진에어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최대 12개월의 무급 휴직 신청을 받는 데 이어 객실승무원은 1개월 단위의 순환 휴직을 추가 시행하기로 했다. 이스타항공은 임직원의 2월 급여를 40%만 지급했다. 애경그룹 계열사인 제주항공은 2월 말까지로 예정돼 있던 이스타항공과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연기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장단 “이대론 공멸”
국내 6개 LCC 사장단은 이날 공동성명서를 통해 “지금의 국가적 재난은 항공사들의 자체 노력만으로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항공산업 생존을 위해 정부의 조건 없는 긴급 금융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이석주 제주항공, 정홍근 티웨이, 최정호 진에어, 최종구 이스타항공, 한태근 에어부산, 조규영 에어서울 등 국내 6개 LCC 사장이 공동성명서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장단은 구체적으로 △무담보·장기 저리로 긴급 경영안정자금 지원 △공항 사용료와 세금 감면 △고용유지지원금 확대 등을 요청했다.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지원책의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해서다. 국토부는 지난 17일 항공사에 최대 3000억원의 긴급 대출과 3개월간 공항사용료 납부 유예 등을 핵심으로 한 ‘항공분야 긴급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사장단은 부채비율이 높은 항공사 구조상 시중은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지원 조건을 대폭 완화하고 공항사용료와 세금도 감면해달라고 요청했다. 항공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대로 가다간 항공산업 전체가 추락할 수 있다”며 “외환위기 때보다 더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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