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업계에 따르면 빗썸과 코인원은 실명확인 계좌 발급을 두고 제휴은행인 NH농협은행과 갈등을 겪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사업자 마감 신고 전까지 트래블룰 등 자금세탁방지(AML) 솔루션을 구축하지 못하면 암호화폐 입출금을 중단할 것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트래블 룰은 자금세탁 바지를 위해 암호화폐 송금 시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정보를 거래소가 파악하도록 한 자금 이동규칙이다. 지난 3월부터 시행 중인 개정 특정금융정보법에 해당 규정이 들어갔으며 1년의 유예 기간을 뒀다.
내년 3월 시스템 구축 완료를 목표로 제도를 정비 중이던 거래소들은 NH농협은행의 갑작스런 요청이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두 거래소가 오는 9월 25일 사업자 신고 전에 ‘트래불 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 은행의 실명계좌 발급이 아쉬운 거래소들로선 코인 입출금 중단이 무리한 요구인 것을 알면서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문제는 보완책 없이 시장 점유율 2, 3위를 기록 중인 두 거래소의 코인 입출금을 막으면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시장 점유율 1위인 업비트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면서 독점 체제가 굳어질 수 있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원화 거래 외에도 재정거래, 예치상품 거래 등을 위해 복수의 거래소에 코인을 이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빗썸과 코인원의 코인 입출금이 막히면 시장 점유이 80%를 넘는 업비트로 고객이 대거 이동할 수 있다. 거래소 내부의 문제나 판단이 아닌 외부 변수로 시장의 독점이 강화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두 거래소의 코인 입출금이 막히면 코인들의 가격이 왜곡되는 ‘가두리 펌핑’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두리 펌핑은 특정 거래소의 입출금이 막혀 있을 때 코인의 가격이 평균 시세보다 수 백배 이상 차이 나는 시세 조정 행위를 의미한다. 업계 관계자는 "특정 거래소만 입출금이 막히고, 게다가 2·3위 거래소라면 투자자 피해가 불 보듯 뻔하다"면서 "가두리 펌핑은 물론 코인 상장폐지 시 자산 이동도 불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NH농협은행은 코인 입출금 중단 요청이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트래블룰 구축 유예 기간은 내년 3월25일까지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자금세탁방지(AML) 솔루션을 이전에 구축해 놔야 한다는 점”이라면서 “현실적으로 9월 사업자 신고 마감 전까지 트래블룰 시스템 구축이 어렵기 때문에 AML 차원에서 코인 입출금을 중단해 달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