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지분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양측의 지분 차이가 경영권 확보에 핵심 키로 작용할 전망이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과 백기사로 지목된 한화·현대자동차·LG가 고려아연 편에 설지 주목된다.
20일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는 지분 25.4%를 보유한 영풍이다. 영풍을 포함한 장형진 고문 일가의 우호 지분은 33.1%에 달한다. 최윤범 회장의 우호 지분은 15.6%로 백기사 등의 지분을 합하면 33.2%다.
고려아연 지분 공개 매입 중인 MBK파스너스는 최 회장 해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고려아연과 영풍·MBK가 주총에서 표 대결에 나설 경우 국민연금 등이 캐스팅보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현재 7.8%의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올해 초 주총에서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줬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전기(1만원)보다 5000원 줄어든 1주당 5000원의 결산배당 안건을 상정했고, 영풍은 전년과 동일한 1만원을 배당할 것을 요구했다. 표 대결에서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측의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MBK는 국민연금에 협조를 요청하지 않을 계획이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건 관련 판단을 강요하는 것이 국민연금의 중립성을 해하는 것이라 판단해 이번 공개매수 사안에 대해 협의하지 않았다"며 "지금 단계에서는 설득이나 협조를 요청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공개매수가 마무리되고 임시 주총을 하게 되면 그땐 의결권에 대해서 국민연금에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MBK는 현대자동차·LG·한화 등이 최씨 일가의 백기사가 아니라고도 지적했다. 고려아연의 우군으로 분류된 기업들이 끝까지 고려아연 편에 설지는 알 수 없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선 이들이 최씨 일가의 백기사라는 시각이 많았다. 고려아연은 현대차·LG·한화 등을 대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자사주를 교환하는 식으로 관계를 맺어 왔다. 현대차그룹(지분 5.05%), LG화학 (KS:051910)(1.89%), 한화그룹(7.75%) 등이 고려아연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국타이어와 조선내화도 각각 0.75%, 0.19%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김 부회장은 "현대차·LG·한화그룹이 최 회장과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기로 약정한 게 아니기 때문에 (최 회장의) '우호 지분'이 아닌 (고려아연의) '우호 세력'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들은 고려아연의 전략적 파트너이고 우리는 이 관계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MBK의 설득 끝에 현대차·LG·한화 등이 영풍에 지분을 양도하거나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한다면 고려아연의 지분 영향력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최 회장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외 자본시장과 컨택하며 지분 확보를 위한 자금 마련에 나섰다.
전날 고려아연은 최 회장이 장씨 일가와의 특별관계자에서 해소한다고 공시했다. 장씨 일가와 특별관계자에서 해소되면서 최 회장은 자체적으로 주식을 매집하는 게 가능해졌다. 최 회장은 추석 연휴 중인 지난 17일 재무 담당 임원과 일본 도쿄로 출국했다가 현재는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