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DC 나오면 암호화폐 필요없어" Fed 자신감의 근거는 [임현우의 비트코인 나우]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EPA 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14일(현지시간) '디지털 달러'를 발행할 경우 암호화폐의 필요성이 없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이날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서 "미국의 디지털화폐가 생긴다면 스테이블 코인(가격을 달러 등에 연동해 변동성을 줄인 암호화폐)도, 암호화폐도 필요 없어질 것"이라며 "이것이 디지털화폐에 찬성하는 강한 논거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언급은 Fed가 현재 검토 중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발행하기로 결정한다면, 민간 암호화폐와 스테이블 코인은 거의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Fed는 광범위한 조사를 거쳐 9월 초 CBDC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공개할 전망이라고 파월 의장은 전했다.

CBDC 개발과 관련해 파월 의장은 "서두르기보다 올바로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국이 기축통화 보유국이기 때문에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파월 의장은 암호화폐가 미국에서 주요 결제 수단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부정적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만약 스테이블 코인이 주요 결제수단이 된다면 우리는 적절한 규제가 필요할 것"이라며 "스테이블 코인은 결제 수단이 될 가능성이 있지만 암호화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앙은행 사이에서 CBDC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여 온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를 시범 운영하고 있고, 바하마는 이미 지난해 10월 세계 최초로 소매용 CBDC인 '샌드 달러'를 도입했다.

올초 국제결제은행(BIS)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요국 중앙은행의 86%가 디지털화폐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있다고 답했다. 브누아 쾨레 BIS 혁신허브 대표는 이런 움직임을 "기차는 이미 출발했다"는 표현으로 소개했다.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통화로, 암호화폐와 달리 기존 화폐와 동일한 교환 비율이 적용돼 가치 변동의 위험이 없다. 반드시 비트코인처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지 않아도 되지만, 거래 비용을 낮추고 투명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적극 검토되고 있다. 돈의 움직임을 정부가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빅 브러더' 도구라는 비판도 받는다.

CBDC가 비트코인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놓고서는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민간 암호화폐는 투기 수요만 남는다는 견해가 있는 반면 CBDC와 암호화폐가 상호 보완 관계로 공존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의 전광판에 암호화폐 거래 상황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블룸버그는 "많은 전문가가 디지털 달러, 디지털 유로 등이 완전하게 작동하려면 최소 2년은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하지만 CBDC에 대한 글로벌 규칙 제정은 정치적으로도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은행도 CBDC 모의 실험을 추진 중인데 최근 연구용역 입찰에 네이버 계열 라인플러스, 카카오 계열 그라운드X, SK C&C가 출사표를 내 눈길을 끌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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