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1월 대선으로 후끈 달아오르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후보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경쟁적으로 친 가상자산 정책을 시새해 눈길을 끈다.
비트코인 시세가 춤을 추는 배경이다. 다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냉정한 상황판단이 절실하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후보가 비트코인 컨퍼런스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가상자산 대통령 될 것" "대화하겠다"
트럼프 후보는 최근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 6월 샌프란시스코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서 스스로 '가상자산 대통령'(crypto president)이 될 것이라 공언하는 한편 크립토 군단(Crypto Army)을 양성하자는 주장도 했다.
그는 27일(현지 시간)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4 컨퍼런스’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이 지구의 가상화폐 수도이자 세계의 비트코인 초강대국(super power)이 되도록 하겠다"면서 "지금 절대 비트코인을 매도하지 말아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상자산은 100년 전 철강산업"이라며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비트코인과 가상자산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수준으로 오를 것"이라 장담하기도 했다.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가상자산 업계 ‘공공의 적’으로 불리는 게리 겐슬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해고하겠다는 다소 극단적 발언도 나왔다.
미국 정부가 현재 보유하거나 미래에 획득하게 될 비트코인을 100% 전량 보유하는 정책을 준비하는 중이라 밝히기도 했다. 비록 비트코인을 미국 정부의 준비자산으로 삼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으나 공화당 소속 신시아 루미스 와이오밍주 상원의원은 연단으로 올라와 미국 중앙은행(Fed)이 5년 내 비트코인 100만개를 준비자산으로 매입하겠다는 메시지를 냈다.
트럼프 에디션 토큰. 사진=연합뉴스
미국 정부는 범죄자들로부터 21만개의 비트코인을 압수해 보관하는 중이다. 상황이 더욱 흥미진진하게 돌아간다는 말이 나온 배경이다.
한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캠프도 가상자산 정책에 유화적 분위기를 연출하는 중이다. 비록 컨퍼런스에 참가하지는 않았으나 가상자산 업체들과 수일 내 많은 대화를 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해리스 부통령이 속한 민주당은 그간 가상자산에 적대적 입장을 보인 바 있다. 가상자산에 대한 엄격한 규제로 기존 금융 시장의 안정성을 끌어내려고 했다.
최근에는 기류가 달라졌다. 이더리움 현물 ETF 전격 승인 정국을 기점으로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 유연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해리스는 미국 재계 고위 간부들 사이에서 민주당이 ‘반(反)기업적’이라는 인식을 바꾸기를 원하고 있다"면서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메시지고 그 연장선"이라 분석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구애의 춤, 냉정하게 바라봐야
트럼프 후보는 집권 시절 가상자산을 사기라 주장한 바 있다. SNS를 통해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은 화폐가 아니다”면서 “규제없는 가상자산은 불법적인 활동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태세를 180도 바꿔 친 가상자산 정책을 시사하는 한편 비트코인 컨퍼런스까지 등장해 핏대를 올리는 중이다.
이러한 '우디르급 태세전환' 배경은 지지율 제고를 위한 정치공학적 접근으로 봐야 한다. 사실 중국과의 무한대결은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떤 후보가 집권하든 경제 상황은 불확실할 수 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비트코인 거래를 금지하고 있으나 여전히 가상자산 시장에서 강력한 저력을 보이는 중국과의 대결 구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수 많은 가상자산 투자자들을 포옹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으로 친 가상자산 정책을 시사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트럼프 후보의 앙숙인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이 반 크립토 군단(Anti-crypto army)을 만들겠다고 선언하자 '크립토 대통령'이라는표현으로 정치적 '되치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친 가상자산 정책 시사가 정치적인 레토릭에 불과할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순간이다. 가상자산 규제에서 '대화'로 돌아선 해리스의 유연함도 비슷한 행간이다.
달러 패권을 가진 미국이 가상자산을 단숨에 끌어당기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중앙집중형의 달러 패권을 가진 미국이 탈 중앙화의 블록체인 기반 비트코인 활성화를 추구하는 것 자체가 '발 밑의 지지대'를 치워버리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11월 미 대선이 다가올수록 후보들의 비트코인 구애의 춤은 더 화려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서 냉정한 상황판단에 나서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 후보의 "미국을 비트코인 수도로" 발언이 나온 후 비트코인은 한때 9700만원까지 올랐으나 하루만에 9500만으로 주저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