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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디스의 경고…"한국, 성장률 2.1%로 추락"

입력: 2019- 03- 05- 오전 02:15
무디스의 경고…"한국, 성장률 2.1%로 추락"

고용투자 부진이 이어지면서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는 기관이 잇따르고 있다. 소비마저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4일 서울 명동거리가 한산하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로 낮췄다. 지난해 11월 전망 때보다 0.2%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이다. 성장률 2.1%는 정부 전망치(2.6~2.7%)보다 크게 낮은 것으로 잠재성장률조차 한참 밑도는 ‘쇼크’ 수준이다. 투자 부진에다 수출 악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위축 등이 한국 경제를 어둡게 본 이유라고 무디스는 밝혔다.

무디스는 4일 ‘세계 거시전망 2019~2020’ 보고서에서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올해 2.1%, 내년 2.2%로 전망했다. 지난해 11월 전망 때보다 각각 0.2%포인트, 0.3%포인트 낮췄다. 지난해 우리나라 실질 성장률은 6년 만에 가장 낮은 2.7%(속보치 기준)였다.

"최저임금發 고용 직격탄"…역사상 4번째로 낮은 성장률 제시

비관론 제시한 무디스 왜?

단순히 '정부 정책 때리기'?

무디스가 내놓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인 2.1%는 국내외 주요 경제 전문기관이 그동안 내놓은 예측치 중 가장 낮은 수치다. 2%대 초반은 잠재성장률(2%대 중후반)을 훨씬 밑도는 것으로 ‘성장률 쇼크’ 수준으로 받아들여진다. 무디스는 그동안 한국 정부의 친노동 행보에 대해 날 선 비판을 이어왔다.

작년 11월 보고서에서는 정부 정책이 국내 내수경기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국내외 주요 경제 전문기관 중 가장 낮은 2.3%로 제시해왔다. 그러더니 4일엔 ‘세계 거시전망 2019~2020’ 보고서에서 0.2%포인트를 더 낮춘 것이다. 무디스는 내수 부진, 투자 위축에 이어 그나마 한국 경제를 지탱하던 수출마저 위태로워졌다고 판단했다. 최근 다른 국내외 경제연구기관도 한국의 수출 부진에 대한 우려를 제기해 성장률 전망치가 더 낮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강도 세지는 무디스의 경고

무디스가 전망한 2.1% 성장률이 현실화된다면 한국의 산업화가 본격화한 1960년 이후 네 번째로 낮은 성장률을 직면하는 셈이다. 2차 오일쇼크 때인 1980년(-1.7%),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한 직후인 1998년(-5.5%),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0.7%)에 이어 가장 낮다. 유럽 재정위기가 정점에 달한 2012년(2.3%)보다도 낮을 것으로 본 것이다.

한국 경제에 대한 무디스의 부정적 시선은 지난해 중반을 넘어서면서 본격화됐다. 고용 악화가 장기간 이어지면서부터다. 무디스는 고용 악화가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 정책에 따른 것으로 판단했다. 무디스는 지난해 11월 한국 성장률을 2.3%로 제시하면서 “대외여건이 불확실해지고 최저임금이 급등하자 기업이 투자를 미루고 있다”며 “고용 불안이 소비를 위축시켰다”고 진단했다.

같은 달 포럼에선 크리스티안 드 구즈만 무디스 정부 신용평가 담당 이사가 연사로 나와 “무역전쟁 등으로 잔뜩 움츠러든 한국 경제를 정부 정책이 더욱 위축시키고 악재 효과를 증폭했다”고 지적했다.

무디스는 최근엔 수출 부진까지 한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고 봤다.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1%로 깎은 이유도 이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반도체 등 주력 품목의 수출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한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디스는 글로벌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11월 당시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주요 20개국(G20)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9%로 11월과 동일했고,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7%에서 2.8%로 0.1%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다만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미·중 무역 갈등, 중동과 동남아시아의 지정학적 긴장감 증가 등이 올해 글로벌 경제에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외국계 IB들도 부정적 전망

무디스뿐 아니라 작년 말 이후 다른 해외 기관도 한국 성장률을 계속 하향 조정하고 있다. 무디스의 비판을 단순한 ‘정부 정책 때리기’로 보기 힘든 이유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지난해 11월 2.8%였던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달 2.4%까지 대폭 끌어내렸다. 바클레이즈와 UBS는 같은 기간 2.6%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외국계 투자은행(IB)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새로 발표할 때마다 숫자가 낮아지는 양상이다. 국내외 IB와 연구기관들은 통상 3~6개월 단위로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는데 한국의 전망치 하락폭이 가장 가파르다. 지난해 말부터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부진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 연구기관도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에 동참할 조짐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지난해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로 2.5%로 제시했는데 최근 수출 부진이 심상찮다”며 “2, 3개월 더 지켜보고 수출 부진이 굳어지는 조짐이 나오면 성장률 전망치를 2%대 초반으로 낮춰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중국 등의 경기 하강이 본격화한 데 이어 지난 연말 이후 미국의 경기 둔화 속도가 빨라졌다”며 “국내 수출 기업들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규/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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