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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큐레이션] 선택과 집중 네이버, 덩치 키우는 카카오

입력: 2021- 06- 23- 오전 03:09
© Reuters.  [IT큐레이션] 선택과 집중 네이버, 덩치 키우는 카카오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네이버 이커머스 전략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선명해지고 있다. CJ와는 콘텐츠 및 물류 기반 협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부담스러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는 발을 빼는 등 유연한 전략이 가동되고 있다. 미 뉴욕증시로 직행한 쿠팡의 위기가 전방위적으로 벌어지는 상태에서 규모의 경제를 키우는 카카오와의 한판승부가 예고되고 있다.

출처=이베이코리아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발 뺐다

네이버는 22일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일환으로 이베이코리아 지분 일부 인수 등을 검토했으나 최종적으로 인수 절차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진행되는 가운데 네이버가 사실상 철수를 선언한 셈이다.

네이버는 신세계와 업무협약을 맺은 후 이커머스 시장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컨소시엄을 꾸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드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컨소시엄에 참여해 네이버가 이베이코리아의 지분을 확보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등을 거치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다는 말이 나온다. 최근 이커머스 시장 독과점을 면밀히 들여다 보고있는 공정위의 레이더망이 가동되는 상황에서 네이버가 굳이 모험을 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이미 자체 플랫폼을 보유한 네이버가 신세계와 함께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는 것도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다. 이베이코리아는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하는 오픈마켓이지만 네이버는 현재 사실상 포털을 기반으로 하는 오픈마켓 전략을 펼치고 있다. 심지어 이베이코리아의 주 유입통로 중 하나가 네이버인 상황에서 사업영역이 겹치는 매물에 관심을 둘 이유는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나치게 전선이 넓어지는 것도 부담이다. 네이버는 현재 CJ와의 협업을 통해 콘텐츠 및 물류 인프라 강화에 집중하고 있으며 SME 생태계 조성 및 네이버파이낸셜 중심의 핀테크 존재감도 이커머스 로드맵 아래 움직이고 있다. 넓은 지역에서 전투가 벌어지는 가운데 네이버가 굳이 이베이코리아 컨소시엄에 참여할 동기는 더욱 낮아진다.

출처=신세계

전선의 움직임

네이버는 신세계와 만나 이커머스 시장 강화 및 오프라인 전략을 키우는 선에서만 움직일 전망이다. 여기에 SME 전략과 소상공인을 동일시한 다양한 플랫폼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과 라이브커머스 전략 등 핵심 무기를 키우며 조금씩 외연을 확장한다는 각오다.

다만 CJ와의 협업은 더욱 강해지는 분위기다.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에 CJ의 OTT인 티빙을 탑재하는 등 콘텐츠 전략을 키우는 한편, CJ대한통운과 함께 네이버 이커머스의 부족한 퍼즐인 물류 인프라 강화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

양사가 이미 CJ대한통운 곤지암 센터에서 공동으로 풀필먼트 전략을 가동하는 가운데, 군포와 용인에도 네이버 판매자 중심 풀필먼트 센터가 오픈할 전망이다.

군포에 11,000평 이상의 상온상품 전용 풀필먼트 센터를 가동한 데 이어 8월, 용인에 5,800평 규모의 신선식품 전용 저온 풀필먼트 센터를 오픈할 계획이다.

새롭게 오픈되는 풀필먼트 센터는 AI 수요예측, 물류 로봇, 친환경 패키징 등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스마트 물류 체계를 실험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췄다는 점이 특징이다. 네이버는 현재 곤지암 센터에 적용되어 있는 ‘클로바 포캐스트’를 군포 및 용인 센터에도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CJ대한통운 작업자가 군포 e-풀필먼트센터에서 물류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출처=CJ대한통운

클로바 포캐스트는 주문량 변동 폭이 큰 이벤트 기간에도 95%에 달하는 예측 정확도를 나타낸다. 향후 네이버는 각 판매자의 상품별 주문량을 예측하고, 이에 맞춘 물류 프로세스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기술을 더욱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물류 작업 처리를 돕기 위한 무인 이동 로봇도 시범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양사는 또 AI물류 실험을 통해 브랜드사와의 비즈니스 시너지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네이버 사업개발실 김평송 책임리더는 “소규모 SME부터 빅브랜드까지 사용자에게 만족도 높은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라스트마일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네이버의 고도화된 AI 기술력과 CJ대한통운의 정교화된 물류 시스템이 만나 한발 더 진화한 AI 물류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판매자들이 물류 관련 부담을 줄이고, 사업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카카오커머스

카카오도 움직인다

카카오도 이커머스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카카오는 22일 이사회를 열어 카카오커머스를 100% 흡수합병한다고 발표했다.

2018년 12월 분사된 카카오커머스를 다시 본사로 불러들인 이유는 이커머스 시장 전쟁에 대비하기 위한 전열 추스르기에 가깝다. 온라인 기반 카카오점을 통해 카카오와 카카오커머스의 시너지를 내는 것이 핵심이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쇼핑하기, 카카오스타일을 비롯해 B2B 서비스인 선물하기 포 비즈 등을 보유한 카카오커머스의 역량을 물류 인프라 확충으로 끌어내어 카카오가 직접 관리하는 그림이 나올 전망이다.

카카오커머스는 오는 7월 스타일사업부문을 인적분할 한 후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와 합병해 자연스럽게 카카오의 모바일 플랫폼 전략 일부를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카카오메이커스를 합병했고 지난해엔 카카오IX의 리테일 사업까지 품은 바 있다.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상태에서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하는 모바일 중심 이커머스 전략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쿠팡이 미 뉴욕증시에 상장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전운 고조된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절대강자가 없다. 네이버와 쿠팡이 양대산맥으로 군림하고 있지만 아직 성장의 여백이 넓은 편이다. 1위 사업자 쿠팡의 점유율이 13% 수준이며, 뚜렷한 강자가 없는 점유율도 50%에 이른다.

‘집어삼킬 수 있는 시장 파이’가 상당한 상태에서 쿠팡은 빠른 배송에 이은 고도의 사용자 경험 집중 전략으로 미 뉴욕증시까지 질주했지만, 최근 이천 물류센터 화재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상태다. 김범석 창업주가 사임한 시기와 이번 화재 사건이 교묘히 오버랩되며 ‘뜻밖의 리스크’에 노출됐다. 22일에는 소위 욱일기 리스크까지 겹치며 잡음이 커지는 중이다.

쿠팡의 내외부 상황이 혼란한 가운데 네이버는 신세계와의 협력과 더불어 상대적으로 CJ와의 접점을 키우는 한편 SME 중심의 생태계 전략을 가동, 이커머스 시장 선택과 집중을 단행하는 중이다. 카카오는 아직 네이버와 비교해 20% 수준의 거래액에 그치고 있으나 카카오커머스를 통한 규모의 경제, 나아가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모바일 DNA를 전면에 걸었다.

다만 최근 쿠팡의 위기가 장기적 관점으로 ‘지속적인 리스크’가 되기에는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오너 리스크가 심각했던 남양유업 사태와 쿠팡 사태를 비교하지만 오프라인 상품을 구매하는 ‘대안’이 있는 남양유업과, 고유의 심리스한 경험을 제공하는 쿠팡의 사례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입장에서는 흔들리는 쿠팡의 균열을 노리기에 그 수단이 제한적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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